유럽 기반의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A320 계열 여객기에서 조종 소프트웨어 오류로 급강하가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확인하고 전 세계 항공사에 대규모 리콜 명령을 내렸다. 국내 항공사들은 신속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30일 기준 모든 대상 기체의 조치를 마쳐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는 결항과 지연 사태가 잇따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최근 A320 계열 기종에서 소프트웨어 오류로 ‘급강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즉각적인 소프트웨어 교체·수정을 지시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A320 계열은 약 1만1300대다. 이중 최소 6000대가 리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리콜은 에어버스 55년 역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항공사는 큰 혼란 없이 대응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항 중인 A320 계열은 총 80대이며, 이 중 42대가 조치 대상이었다. 국토부는 항공사들과 긴급 점검 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해 이날까지 모든 기체의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결함 부품은 조종석 제어장치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기종별로 약 1시간이면 개선할 수 있어 정상 운항에 특별한 차질이 없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유럽 항공사들이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리콜 통보 직후 당일 항공편 35편을 취소했다. 루프트한자는 기체당 수 시간이 필요한 업그레이드 작업으로 주말 일부 항공편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에어뉴질랜드도 A320 네오 전 기종의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며 지난 29일 다수 항공편 취소를 공지했다. 저비용항공사 이지젯 역시 야간작업을 통해 대부분의 업데이트를 마쳤지만 일부 노선에서는 지연이 발생했다.
중남미와 아시아 항공사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콜롬비아 아비앙카는 보유 기체의 70% 이상이 영향을 받는다며 오는 8일까지 항공권 판매를 중단했다. 일본 ANA는 95편을 취소해 1만3200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호주 젯스타는 전체 기단의 3분의 1이 해당돼 90편 결항을 발표했다. 인도 인디고와 에어 인디아도 다수 항공편이 지연됐다.
반면 미국 항공사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메리칸항공은 보유한 480대 중 340대가 리콜 대상이지만 대부분 조종석에서 단시간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며 곧 업그레이드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도 보유 중인 A320이 적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