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종묘의 교훈

입력 2025-12-02 03:03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종묘를 방문했다. 해설사로부터 조선 왕들이 종묘에서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드린 제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나는 무엇보다 제례 준비 과정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왕과 세자와 문무백관 등 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칠 일 동안 세속 잡무와 부정을 멀리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했다. 모든 일상이 제례 준비였다. 왕은 제례 전날 종묘에 머물며 목욕재계하고 조상신을 만날 준비를 했다. 조상신을 만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경건한 자세를 상상하며 나는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주일마다 하나님 예배하러 가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지?” 부끄러웠다. 별 준비 없이 습관적으로 예배에 가는 내가 부끄러웠다.

제례나 예배 같은 종교적 행위는 삶에 형식과 의미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리추얼(ritual)이다. 리추얼은 인간을 동물과 구별되게 한다. 철학자 한병철의 말처럼 리추얼이 없으면 삶은 쭉 미끄러져 간다.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예배라는 최고의 리추얼이 있는데 삶은 왜 이렇게 흔들리는가. 예배를 제대로 준비하고 더욱 경건하게 지켜야 한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