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의 개인사가 아니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민주주의의 기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비상계엄 발동과 해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담은 회고록 ‘넘고 넘어-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 국회의장의 기록’(사진)을 1일 발간한다. 1분 1초가 다급했던 당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우 의장의 선택과 결단의 과정이 그간 알려지지 않은 비화와 함께 소개됐다.
계엄 해제를 위한 법적 근거와 실행을 결단하는 장면부터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의장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전 층의 불을 켜고 이동하던 모습, 권총을 든 경호대가 자동화기로 무장한 계엄군으로부터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각오를 다졌던 순간들도 공개됐다. 책 표지에는 계엄 선포 당시 우 의장이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국회 담장을 넘던 사진이 실렸다.
우 의장이 60년 전 쓰인 계엄 해제 결의안을 꺼내든 장면도 담긴다. 우 의장은 회고록에 “의사국장이 꺼내놓은 낡은 기록철 속에는 1964년 6·3 사태 당시의 ‘계엄 해제 결의안’이 들어 있었다. 먼지가 쌓인 기록이 그날 우리의 유일한 길잡이가 됐다”고 기록했다.
계엄 해제 표결 당시 긴박한 상황도 묘사됐다. 우 의장은 “0시47분, 나는 제418회 국회 제15차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오전) 1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1분 1초가 참으로 길었다. 만약 계엄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서면 그 또한 사정변경이기 때문에 1시 이전이라도 즉시 결의안을 통과시켜 버릴 작정이었다”며 “그러나 바로 표결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무슨 욕을 먹더라도 계엄군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치지 않은 한 확정 공지된 본회의 시각인 1시까지 기다려서 결의안을 의결할 작정이었다”고 적었다.
우 의장은 책머리에서 “담장을 넘은 다리와 의사봉을 두드린 손은 나의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 순간의 결단을 가능케 한 힘은 거리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의 의지였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당시 국회의장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해 국가의 정상 작동을 회복시켜야 하는 마지막 책임자였다”며 “그 책임이 어떤 무게였는지,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국회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를 충실히 담았다”고 30일 설명했다. 책은 ‘비상계엄의 밤’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탄핵의 길’ ‘제2의 비상계엄’ ‘파면의 밤’ ‘역대 최고의 신뢰도’ 등 6장으로 구성됐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