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지 곧 1년이 된다. 정치의 부재에서 비롯된 극한 갈등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렀던 사건이다. 국회에 군을 동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됐고 수사와 재판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방해에 가까운 횡포를 부렸지만, 어떤 맥락도 대통령의 국헌 문란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고,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의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야당으로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려면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솔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차근차근 신뢰를 되찾는 수밖에 없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을, 탄핵과 대선과 전당대회가 이어진 1년간 번번이 기회를 놓치며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계엄 1년의 이 시점을 계기 삼아 당의 방향을 분명히 밝히고 정치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은 ‘지지층’이란 단어에 매달려 스스로 굴레에 갇혀 왔다.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 계엄 사태에서 일부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지지층이라 부르며 기댈 언덕으로 삼았다. 탄핵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심지어 당을 재정비하는 전당대회에서도 ‘윤 어게인’을 말하는 극단적 주장에 휘둘렸다. 이는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을 뿐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부동산 문제 같은 정부의 실책과 사법부 겁박 등 여당의 폭주가 이어졌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전히 20%대에 머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이라 인정받으려면 국민이 납득하고 신뢰할 상식적인 노선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극단적 세력과의 확실한 결별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 “계엄 1년에 사과 메시지를 내면 민주당 프레임에 말린다”는 주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시각이야말로 계엄의 굴레를 씌워두려는 프레임에 제대로 말려드는 것이다. 계엄과 탄핵의 격변을 겪었지만, 정치의 풍경은 달라진 게 없다. 여당은 야당 시절 그랬듯이 강성 지지층에 더욱 매달리며 의회 독주를 일삼고, 야당은 그런 여당을 따라하듯 극우 지지층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주의 위기를 불렀던 극한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계엄의 강을 건너려면 진솔한 반성과 함께 파격적인 쇄신 조치로 이런 정치 구도를 깨뜨려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