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샬롬을 위한 기도,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길”

입력 2025-12-02 03:07
이영훈(왼쪽에서 세 번째)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2018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묘교회를 방문해 제단 위 촛대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과 함께 갈릴리 바다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시 122:6)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단순히 한 도시의 안녕을 비는 기도 이상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예루살렘은 지리적 공간을 넘어 하나님의 구속사가 펼쳐진 무대이며, 인류 역사에서 신앙의 중심축이 되어온 거룩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샬롬,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평화

성경이 말하는 ‘샬롬(Shalom)’은 단순한 전쟁의 부재나 갈등의 중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샬롬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오는 온전한 평화, 영혼의 안식, 관계의 회복,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누리는 충만함을 포함하는 총체적 개념이다. 하나님께로부터 임하는 선물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면, 평화는 점점 더 요원한 꿈처럼 느껴진다. 중동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멈추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의 상흔이 깊어만 간다. 우리가 발 딛고 선 한반도 역시 70년 넘게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으며, 긴장과 대립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세상은 ‘평화’라는 단어를 잃어버린 듯 보인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진정한 평화는 무기의 균형이나 정치적 타협에서 오지 않는다. 평화는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살전 5:23)라는 말씀처럼, 하나님만이 참된 평화의 근원이시다.

예루살렘, 하나님 임재의 상징

예루살렘은 단지 이스라엘 수도나 중동의 한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드렸던 모리아 산이 있는 곳이며, 다윗이 언약궤를 모셔온 신앙 중심지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해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했던 자리이며, 선지자들이 하나님 말씀을 외쳤던 거룩한 땅이다. 무엇보다 예루살렘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구원의 현장이다. 인류의 죄를 대속하신 사건이 일어난 이곳은 하나님 사랑과 공의가 만난 곳이며, 죽음이 생명으로 바뀐 곳이다.

예루살렘은 단순한 지리적 장소를 넘어 ‘하나님이 임재하신 자리’를 상징한다. 요한계시록은 장차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내려올 것을 예언한다. 이는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완성되는 종말론적 소망의 표현이다. 따라서 예루살렘의 평화를 구하는 일은 곧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구하는 기도요, 세상의 참된 평화를 갈망하는 신앙고백이다.

기도, 평화를 여는 영적 열쇠

우리는 종종 기도를 개인의 필요를 채우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경적 기도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영적 동역의 행위다. 특히 예루살렘을 위한 기도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계획에 동참하는 거룩한 사명이다. 시편 122편은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며 부른 노래다. 그들은 성전을 향해 걸어가면서 예루살렘의 평화를 구했다. 이는 단지 도시의 번영이나 안전을 바라는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가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는 신앙의 표현이었다.

“네 가운데에 평안이 있을지어다”(시 122:8)라는 고백은 하나님의 통치가 확립되는 곳에 진정한 평화가 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 영적 사명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스라엘을 향한 기도는 단지 한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되기를 구하는 기도이며, 메시아의 재림을 준비하는 기도이고, 온 열방에 복음이 전파되기를 소망하는 기도이다.

예루살렘과 한반도, 연결된 비전

놀랍게도 하나님은 예루살렘을 위해 기도하는 자들에게 “형통함”을 약속하신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복을 넘어, 하나님의 뜻 가운데 거하는 영적 번영을 의미한다. 우리가 예루살렘을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은 동시에 우리 민족의 평화를 이루신다. 이는 영적 원리다.

한반도 남과 북은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조상을 가졌지만, 이념과 체제의 장벽으로 갈라져 있다.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해법을 넘어선 영적 돌파가 필요하다. 그 돌파는 기도의 자리에서 시작된다. 예루살렘을 위해 기도하는 한국교회는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를 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그의 시간표를 신뢰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기적들을 기억하며 우리 한반도에서도 하나님의 기적을 기대할 수 있다.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곧 사명

야고보서 3장 18절은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고 말한다. 기도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평화를 이 땅에 심는 적극적인 영적 행동이다. 우리가 무릎 꿇을 때 하늘의 문이 열린다. 우리가 예루살렘의 평화를 간구할 때 하나님은 그분의 계획을 진전시키신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루살렘을 향한 그리고 한반도를 향한 지속적이고 열정적인 기도다.

전쟁과 갈등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는 더욱 깊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이 절망할 때 교회는 소망을 선포해야 한다. 기도의 자리에서 시작된 샬롬이 예루살렘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나아가 온 세계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힘을 주심이여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평강의 복을 주시리로다.”(시 29:11) 이 약속을 붙잡고 우리는 오늘도 예루살렘의 평화를 구한다. 그 기도가 곧 평화를 이루는 사명임을 믿으며.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