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 가계빚, 부동산으로 몰려 소비 위축시키는 결과 낳았다

입력 2025-12-01 00:14

부동산을 중심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로 인해 2013년 이후 국내 민간소비가 매년 0.4% 포인트 정도 둔화됐다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대출로 늘어난 돈이 부동산으로 주로 흘러가다 보니 국내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8%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26.2%p), 홍콩(22.5%p)에 이어 조사 대상국 중 세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통상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소비도 함께 늘어난다. 원리금 상환 부담은 늘지만,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소비를 그 이상으로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오히려 1.3% 포인트 하락하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비율이 10% 이상 증가한 국가 중 민간 소비 비중이 축소된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2013년부터 매년 0.4~0.44% 포인트씩 민간 소비 증가율을 갉아먹었다. 만약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지난해 민간소비 수준은 실제보다 4.9~5.4% 높았을 것이란 뜻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부채 누증이 민간소비 성장률(내수)의 구조적 둔화 폭(1.6%p) 대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한은은 우선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속도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부터 지난 1분기 사이 한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증가 폭은 1.6% 포인트로 노르웨이(5.9%p)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누적된 부채 원금의 규모가 큰 데다 만기가 긴 부동산 대출이 많아 가계의 상환 부담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한국의 특성도 소비 둔화를 가속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2013년 1분기부터 지난 2분기 사이 늘어난 가계대출의 66.6%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따른 온기가 내수 시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 민간 소비는 0.02%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주요 선진국(0.03~0.23%)과 비교해도 소비 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보고서를 쓴 김찬우 한은 구조분석팀 차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는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