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중·일 갈등, 실용외교 시험대

입력 2025-12-01 00:35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개입 시사 발언이 촉발한 중·일 갈등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은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 문화 교류 제한 등 한일령(限日令)급 보복 조치와 함께 연일 섬뜩한 발언으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확전을 경계하면서도 기존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국내 정치를 의식해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므로 일본이 ‘대만 유사(전쟁·재해 등 긴급상황)가 일본의 존립 위기’라고 인식하는 자체가 내정간섭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위배로 인식한다. 특히 최초로 총리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극우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명시적 경고이며, 경주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전에 일본에 들러 미·일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경고다.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포함된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우회적 압박 메시지로도 읽힌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2015년 9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통과된 ‘안보 관련법’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연장선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공격받는 경우를 존립 위협 사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의도적 발언이 아니라 의회 답변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침략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이며, 다카이치 내각의 국방력 강화 계획을 군국주의의 부활 시도로 간주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문제는 양국 갈등이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미 단순한 외교분쟁을 넘어 국민감정이나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 등 다방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CCTV 산하 군사 관련 채널은 중국 각지의 국방 동원 부문이 ‘실전 요구’에 따라 민병을 조직해 비상대응과 보급 능력 제고 등을 위한 실전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본도 지난 23일 대만과 불과 110㎞ 떨어진 요나구니섬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동중국해 분쟁의 최전선 요충지에 본격적인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강수를 두었다.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도 있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양국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차대전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미국은 대만 문제가 중국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입장에서는 중·일 간 갈등 지속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나 대중국 무역 협상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대중 지렛대가 약화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후 다카이치 총리와도 통화해 일본 챙기기도 잊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중국의 통미봉일(通美封日) 전략이라며 미·일동맹의 신뢰 우려와 함께 ‘동맹이라고 모두 친구는 아니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곱씹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이 통미봉일 책략을 과신한다면 미·일동맹, 나아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 역시 국내 정치 형세에 지나치게 매몰된다면 출구 찾기가 난망이다.

양측 갈등이 무력충돌까지 가진 않더라도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중·일 관계에서 중·일 갈등은 중대 변수이자 동북아 안보 지형을 흔들 핵심 사안이다. 우리가 결코 제3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중·일 갈등의 ‘반사이익’을 따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실용외교의 핵심을 다시 한번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전략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