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끌어당기느라 새벽에 설핏 잠이 깼다. 아침에 거실로 나오자, 한기가 돌았다. 이럴 때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Winter is coming.” 유명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자주 나오던 말이다. 여기서 ‘겨울’이라는 단어는 고난이나 재난을 품고 있는 불길한 징조를 드러낼 때 주로 쓰인다. 한 인물이 “겨울이 오고 있어”라고 말할 때, 경계하고 조심하고 감당하자는 어떤 의미들이 전달된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가 한창 유행일 땐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친구들과 윈터 이즈 커밍이라고 말하며 불안을 덜어보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는 겨울이 끝나지 않는 불행의 이미지이지만, 어떤 이에겐 따듯함이나 희망이기도 하다. 시에서도, 영화에서도, 일상에서도 그렇다.
겨울을 왜 좋아하냐고 누군가 내게 물었을 때, 겨울이야말로 따듯함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계절이라고 말한 적 있다. 나는 겨울이 만들어내는 간절함을 좋아한다. 겨울이 지닌 수천 개의 얼굴을 좋아한다. 눈의 환한 빛을, 언 땅 밑의 씨앗들을 좋아한다. 차가운 입김을 내며 전하는 진심을, 목에 두르는 단단한 온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때마침 출간된 ‘겨울어 사전’을 펼쳤다. ‘여름어 사전’을 출간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침달 출판사에서 이번엔 겨울을 담은 148개의 단어를 책에 담았다. 목차를 펼치니 겨울을 품은 단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를테면 창문, 보리차, 발라드, 슈톨렌, 자장가, 보풀 같은 단어들……. ‘겨울에 작아지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겨울어 사전’에 따르면 “만남이 없는 모임”이며, “무채색의 시간에 접어들어 자신의 안쪽을 마구마구 파고드는 사람들”이자,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겨울의 좋은 점을 엿들으며 자신만의 ‘겨울’ 보내기 방식에 대해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겨울엔 모두 각자의 방에서 이 모임에 속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좋아하는 겨울의 단어를 떠올리며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고 손발이 녹을 정도로 따듯한 겨울을 만끽해 볼 수 있겠다.
안미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