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순직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조사해온 채해병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33명을 재판에 넘기고 28일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150일간 수사를 통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수사외압을 촉발한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등을 통한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을 규명하지 못했다. 남은 사건은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가게 됐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등 채해병 순직사건의 책임자 6명, 윤 전 대통령 등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13명,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의혹 피의자 6명 등 총 3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명현 특검은 “주요 수사 대상 사건 대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며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가장 큰 성과는 채해병 순직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의 무리한 작전 통제·지휘가 채해병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임 전 사단장은 채해병이 숨지기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주요 간부에게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며 (실종자를) 찾아야 한다”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히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회의에서 채해병 순직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격노하고,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면 어떡하냐”며 질책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내기 위한 조직적인 직권남용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검은 채해병 수사 외압의 범행 동기로 지목된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선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촉발된 배경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특검은 김 여사의 계좌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개신교 단체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과잉수사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수사 성과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한 명만 구속기소했고, 윤 전 대통령 등 나머지 피의자들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특검은 10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9건이 기각됐다. 이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재판부의 과도한 영장 기각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특검은 경북경찰청 수사기밀 유출 의혹 조사 등의 남은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할 계획이다. 특검은 채해병 순직사건을 조사하던 경북청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국가수사본부 등에 수사기밀을 유출한 증거를 확인했는데, 대통령실이 경북청에 외압을 행사한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진 못했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