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일으켜 금융 소비자에게 4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KB국민·신한·NH농협·하나·SC제일은행이 총 2조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금융소비자보호법 과징금 감독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의 사전통지서를 각 은행에 보냈다. 2021년 금소법 제정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다. 역대 최다 과징금이기도 하다. 이대로 과징금 규모가 확정되면, 은행권의 자본비율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별 H지수 ELS 판매액은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이다. 판매액이 작은 우리은행(413억원)은 사전 통지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H지수 ELS 판매액 중 손실액은 4조6000억원 수준이다.
금소법은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이나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과징금 산정 기준을 은행 5곳이 H지수 ELS를 판 금액으로 볼지, 팔고 벌어들인 수수료에 적용할지가 은행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금감원은 판매액으로 기준점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다음 달 18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고 본격적인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과징금 부과 규모는 추후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금감원이 은행권에 막대한 과징금을 물리는 것은 H지수 ELS 상품이 큰 손실을 낼 수 있는 데도,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완전 판매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들 은행은 수수료 수입이 큰 H지수 ELS 등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금융 소비자에게 ‘손실 가능성이 0%’라고 설명하거나 확정형 금리를 지급하는 예·적금 상품인 것처럼 알리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