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1분 남기고 극적 발사… 위성 2기 사출 신호 두절 해프닝

입력 2025-11-27 18:44 수정 2025-11-28 00:02

누리호 4차 발사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과정에서는 가슴을 졸이게 하는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다. 이륙 버튼은 발사 가능 시한을 단 1분 남겨둔 상태에서 눌러졌다. 12기 부탑재위성 중 일부는 한때 사출 신호가 확인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연구진의 철저한 사전 준비와 침착한 대응으로 이런 고비들을 무사히 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민간 주도의 발사체 사업이 더욱 탄력받기 위해서는 ‘발사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산업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 넓은 우주 영역을 탐험할 ‘차세대 발사체’ 준비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누리호는 27일 0시47분, 당초 예정된 발사 시각을 8분 남겨두고 돌연 발사 연기를 결정했다. 엄빌리칼 타워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압력 센서 신호 이상이 감지된 것이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기체 결함이 아닌 센서의 일시적 오작동임을 확인했지만 시간은 촉박했다. 발사체가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라갈 수 있는 시간대인 ‘발사 윈도우’가 0시54분부터 오전 1시14분까지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를 넘기면 발사는 다음날로 미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1시13분 누리호는 힘찬 불꽃과 함께 도약했고, 설계 기준보다 높은 엔진 성능으로 비행 시간을 3분 단축하는 저력까지 보여줬다. 18분25초 간의 완벽한 비행이었다.

큐브위성 2기의 사출 신호가 잡히지 않아 이번 발사에서 추가된 카메라로 분리 여부를 확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탑재체 상단 내부 카메라 2대로 큐브위성 12기가 모두 분리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했다”며 “카메라가 없었다면 사출 신호가 잡히지 않은 위성에 대해 ‘분리가 됐냐, 안 됐냐’로 논란이 생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3차 발사 당시에는 카메라 화각 제한으로 큐브위성 ‘도요샛 3호기(다솔)’의 사출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발사체 조립과 점검 전 과정을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성공에 힘입어 향후 발사 운용 단계에서도 비중이 점차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3차와 4차 발사 사이에 있었던 2년 6개월의 공백이나 예산 확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업 고도화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시스템혁신실 우주공공팀 팀장은 “발사 공백이 길어지면 산업 생태계와 발사 운용 인력, 공급망이 동시에 약화된다”며 “반복 발사와 기술 유지, 최소한의 상업 수요를 지원하는 브리지 프로그램으로서의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을 설계하고, 중기 재정계획에 반영할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누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속도가 필요하다. 정부가 구상하는 다음 목적지는 달이다. 2032년 달 착륙선 최종 모델을 계획대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어나를 차세대 발사체를 늦지 않게 마련해야만 한다.

고흥=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