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집단 퇴정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는 등 검찰 관련 발언을 늘리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으로선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27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감찰 주체와 방법 등 후속 작업에 나섰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법무부는 어수선한 모습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감찰을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 25일 검사들의 법정 퇴정이 감찰 사안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많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을 통해 “감찰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피 신청이 문제인가, 퇴정이 문제인가”라고 주장했다. 공소 유지가 핵심 임무인 검사가 재판부의 불공정성을 우려해 퇴정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취지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른바 ‘연어 술파티’ 위증 사건 등 재판 도중 집단 퇴정한 검사들을 이날 법정모독 등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감찰 지시의 정당성과 별개로 직권남용 리스크를 무릅쓰고 이 대통령이 감찰 지시를 한 데 물음표가 달린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부마다 직권남용에 걸리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직접 개입을 자제했는데 이 대통령은 본인 사건과 관련한 사안에 지시를 내리면서 직권남용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깜짝 지시에는 검찰을 향한 기류 변화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장 등 원포인트 인사와 첫 검사장 인사, 정 장관 임명을 거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안정적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그다음달부터는 이 대통령의 검찰과 관련한 발언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9월에는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고, 항소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같은 달 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상설특검 도입을 지시했다. 지난달 초에는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백해룡 경정을 파견하도록 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단행된 지난 19일 후속 검사장 인사에서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대거 임명된 상황이 이 대통령 기류 변화의 정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친명계 좌장으로 불린 정 장관 간 호흡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이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면 할수록 정 장관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찰 지시를)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