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카이치에 ‘대만 관련 中 자극 말라’ 조언”

입력 2025-11-27 18: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우측).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을 지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관련 발언의 어조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는 지난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 정부는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다카이치와의 통화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 1시간의 절반가량을 대만 문제에 할애하면서 ‘중국이 대만 영유권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는 다카이치에게 전화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으며,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메시지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가 중국 입장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무역 협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좋고, 이는 미국의 소중한 동맹인 일본에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가 일본 지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지 않는 점은 일본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WSJ 보도에 대한 질문에 “외교상 대화이므로 답변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에 입장을 바꿔 “(기사에) 트럼프가 중국을 도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기술이 있지만 그런 사실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 둔다”며 “WSJ에도 의사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NHK에 “(통화 당시) 사태 진정을 위해 협력하자는 뉘앙스의 이야기는 있었다. (미국이) 자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