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지만 시장은 경색… 문 닫는 공인중개사무소

입력 2025-11-28 00:23
26일 서울 시내의 한 휴업 중인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 5명 중 1명만 ‘현재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부동산 중개 업황 부진이 최근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더욱 침체하는 분위기다. 10·15 대책 이후에도 상승하던 집값은 최근 오름폭을 줄였고 거래 또한 감소하고 있다.

2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9979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11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8월(10만9931명)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가 55만1879명인 점을 고려하면, 5명 가운데 1명만 사무실을 운영 중인 셈이다.

휴·폐업 공인중개사가 개업한 공인중개사보다 많은 현상은 202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업황은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부터 가라앉았고, 그 분위기가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아파트 매매량도 늘었으나 개업보다 휴·폐업을 택한 공인중개사가 더 많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7만6108건이었다. 2022년(1만2800건) 바닥을 찍은 후 매년 거래량이 늘면서 2020년(8만4016건)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다. 그럼에도 고강도 주택 수요 억제책이 이어지며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친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낮은 데다 상가 임대료까지 오르니 영업을 지속하면 적자가 날 거라 판단하는 중개사가 많은 것”이라며 “오래 영업하며 단골을 쌓은 중개사가 아닌 이상 영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 개업한 중개사도 감소 추세다. 협회가 중개사의 개·폐·휴업 현황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가 600명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8월(583명)이 처음이다. 이후 9월(666명)과 10월(609명)도 600명대에 머물렀다. 시험 응시자 수도 줄고 있다. 지난달 시행된 제36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1·2차 합산 시험 응시자는 11만3634명으로, 2013년(10만2160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적었다.

당분간 공인중개업은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넷째 주(24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보다 0.18% 올랐다. 지난주는 오름폭이 확대(0.17→0.20%)됐으나 한 주 만에 다시 축소했다. 전주에 오름폭을 크게 키웠던 송파(0.53→0.39%), 성동(0.43→0.32%), 양천(0.34→0.25%) 등에서 축소 폭이 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고강도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관망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