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청구 및 법원의 영장 발부가 대통령 권한을 침해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하지 않아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도 제기했으나 헌재는 이를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오동운 공수처장과 신한미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권한 존재 여부나 범위에 대한 다툼이 생겼을 때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송이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해야 하는 대상은 당시 체포영장을 청구했던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이므로 오 처장은 피청구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령 차 부장검사를 상대로 심판을 제기했더라도 권한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체포영장 청구·발부 시점에 이미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윤 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태라 국군통수권 등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계엄선포권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체포영장 청구·발부와 무관하게 이뤄졌다”며 “조만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권을 행사할 것이 거의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수처장과 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최초의 권한쟁의 사건이지만 적법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각하 결정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에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으므로 체포영장 청구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수사권에 관한 판단까지 나아가지 않은 대신 결정문에 별지로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오 처장, 신 부장판사의 답변을 첨부했다. 오 처장은 “체포영장은 공수처가 법원에 적법하게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부장판사는 발부된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기재가 들어가 위법이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과 관련해 “이 사건 영장에 이 같은 문언을 기재한 사실이 없으므로 주장 자체로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구는 1차 체포영장에 포함돼 논란이 됐으나 심판 대상인 2차 체포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지난 1월 3일 집행하려 했으나 대치 끝에 실패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7일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5일 집행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