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가 핑퐁게임만 벌이고 있다. 별도 특위 구성을 요구했던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 국정조사’ 카드를 수용했지만 민주당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국민의힘의 법사위 간사 선임, 공정한 법사위 진행, 증인·참고인 합의 채택 요구가 무리라는 이유를 댔다.
여야 원내대표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국정조사 등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당내 추가 논의를 거쳐 야당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야당이 제시한 추가 조건은 법사위 간사(나경원 의원) 즉각 선임, 독단적 법사위 운영 중단, 증인·참고인 합의 채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압도적 다수를 무기로 해서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법사위에서 국정조사 진행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이들 조건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간사 선임은 절대 받을 수 없는 카드라는 입장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은 이미 법사위에서 표결을 통해 부결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나 의원을 간사로 선임한다면 여당 스스로 억지를 부렸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건 셈”이라며 “국정조사 무산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의 야당 의원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를 언급하며 “항소 포기와 상관없이 나경원 의원은 이제 법사위를 떠나기 바란다”고 썼다. 장경태 의원도 라디오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민의힘의 세 가지 조건 다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대상과 범위를 두고도 이견이 나온다. 송 원내대표는 증인·참고인 채택과 관련해 “지휘명령 계통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부장,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대검 차장은 물론이고 법무부 장·차관, 대통령실 민정라인까지 포함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항소 제한은 법무부 장·차관을 한 번만 불러 법사위에 물어보면 끝나는 일이다.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전체회의 의결로 증인 등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정조사 자체를 원치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정권에 불리한 화제를 굳이 다시 키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검찰청 폐지 등 굵직한 과제들이 이미 해결돼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원내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굳이 국정조사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국민의힘도 국정조사를 하기 싫어하는 눈치”라고 주장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