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시절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의회민주주의에 오점을 남긴 날” “악의적 정치 공작”이라며 반발했다.
국회는 27일 열린 본회의에서 추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고 재석 180인 중 찬성 172인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4표, 기권과 무효가 2표씩 나왔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표결에 앞서 단상에 오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회의장 및 당대표의 본회의장 집결 요구와 상충되는 당사 소집 공지를 반복 발송·유지해 혼선을 야기했으며, 본회의장에서 대기하던 소속 의원을 접촉해 본회의장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심의·표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윤석열의 내란 행위에 협력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다”며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추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치적 목적을 띤 ‘공작 수사’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위헌정당 해산으로 몰아가 보수 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몰이 정치공작”이라며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법리와 진실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에 이어 전직 원내대표가 두 명째 구속될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원직 제명을 거론하며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재명 정권의 생명을 단축하는 정권 몰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22대 국회가 또 한번 대한민국의 의회민주주의에 오점을 남기는 날”이라며 “추 의원에 대한 엉터리 구속영장은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가결이 사필귀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추 의원은) 특권과 변명 뒤에 숨지 말고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라”며 “그것이 국민께 사죄드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80여건의 비쟁점 민생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 논의 불발로 7건의 법안만 통과시켰다. 정쟁에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행태가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K스틸법), 보이스피싱 등으로 인한 범죄 피해재산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케 하는 부패재산 몰수법 개정안, 필수농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농업 경영비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농자재 지원법 등이다.
여야는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 세부 사안을 두고 협의했으나 불발되면서 나머지 법안은 추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나머지 법안은 다음 달 2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