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구 된 네이버·두나무… “글로벌 진출은 꿈과 사명”

입력 2025-11-28 00:11
이해진(가운데)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1784 사옥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의장은 “네이버의 가장 큰 바탕은 글로벌에 대한 꿈과 사명”이라며 글로벌 진출 비전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 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두나무와의 기업 결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로지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꿈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과 웹3 융합이라는 전 세계에 없는 새로운 기획에 도전하려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 융합을 공식 선언하며 ‘K-핀테크’ 저력 증명을 위한 글로벌 진출 비전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대외 노출을 자제해 왔던 이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을 비롯해 3사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3사가 이번 결합에 거는 남다른 기대와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됐다.

이 의장은 두나무와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공룡’ 기업으로 불리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의 작은 회사”라며 “합병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는 두나무와 힘을 합쳐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꿈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미국 코인베이스와 서클의 시가총액은 각각 100조원, 25조원에 달한다”며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합쳐졌을 때 충분히 겨뤄볼 만한 규모가 된다. 지금이 글로벌 경쟁자에 맞설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 합계는 약 20조원이다.

3사는 AI와 웹3를 융합한 혁신 금융 모델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웹1은 읽기 중심의 인터넷, 웹2는 사용자가 콘텐츠 작성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이었다면 웹3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용자가 직접 데이터와 자산을 소유·거래할 수 있는 분권형 인터넷 생태계를 의미한다. 네이버의 방대한 검색·커머스 데이터와 AI 기술,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인프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결집해 디지털자산으로 AI 에이전트 간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거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3사가 힘을 합쳐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지급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사는 AI와 웹3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기술 기반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재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보안 인프라 구축 등을 고려했다”며 “10조원은 최소 규모이며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설에 대해서도 “검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성남=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