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우주 개발의 무게 중심이 민간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발사체 설계와 개발, 조립을 정부 연구기관이 주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책임지고 전 과정을 끌고 가는 단계에 들어서면서 우주 비즈니스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초 누리호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제작·조립을 총괄하고 민간 기업들은 이를 보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4차 발사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처음으로 발사체 조립 운용까지 업무 전반을 주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을 관리하는 ‘체계종합기업’ 역할을 맡았다. 또 누리호 1~3단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총조립도 담당했다. 1~2단에 75t급 액체 엔진이 각각 4기, 1기 탑재되는데 75t 엔진 1기 조립에만 2400개 부품과 458개 공정이 필요하다. 중대형 발사체에 사용되는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의 개발과 조립, 시험을 맡았다. 이 위성은 기존 1호에서 확보한 표준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KAI가 독자 제작한 중형급 위성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시스템을 총괄 운용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완공된 제2발사대(지하 3층, 연면적 약 6000㎡) 기반 시설 공사를 완료하고 발사대 지상기계 설비, 추진제 공급 설비, 발사관제 설비 등 발사대 시스템 전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의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사업을 담당했다. 단별로 추진 계통의 성능과 연소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다. 이 외에도 누리호 4차 발사에는 300여개의 민간 업체가 참여했으며, 들어간 부품은 약 37만개에 달한다.
민간 기업의 참여 범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누리호 발사는 국내 민간 주도 우주 산업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참여 기업 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