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국민의힘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의원 구속 여부가 공교롭게도 다음 달 3일 결정될 수 있어서다. 비상계엄이 1년을 맞는 날 당의 명운을 가를 결정적 분기가 태동할 가능성에 국민의힘은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추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번 주말을 지나 다음 주 초 열릴 가능성이 높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론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 의원이 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 전화를 받고 의원 소집 장소를 오히려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한 사실 등이 계엄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추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 신상 발언에서 “(내란 특검은) 제가 윤 전 대통령과 짧은 통화 직후 계속 당사에 머문 게 아니라 동료 의원과 국회로 이동하며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본회의장 출입을 막으려 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결위 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장 바로 맞은편에 있고, 여야가 다 같이 의총 장소로 사용하는 곳인데도 이런 억지 주장을 한다”고 부연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국민의힘으로선 외연 확장의 정치적 공간이 열린다. 당을 옥죄던 ‘내란 공모 프레임’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지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실질적인 절연이 가능해지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중도층 공략 여건도 마련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땅에 상식과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고 믿는다”며 “추 의원에 대한 엉터리 구속영장은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장 기각 기대감 이면엔 발부 가능성에 따른 불안감도 함께 번지고 있다. 당 내부에선 다음 달 2일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후 3일 새벽 구속 여부 결과가 나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한 의원은 “12월 3일 계엄 1주기 당일에 짜 맞춘 듯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참 공교롭다”고 말했다.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 “이재명 정권의 생명을 단축하는 정권 몰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민의힘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릴 전망이다. ‘계엄을 공모한 내란 정당’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여권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운신의 폭이 쪼그라들면서 당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도 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이 해산 위기로 몰리면 당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