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 번복원’ 된 감사원, 정치 휘둘리는 악순환 끊어내야

입력 2025-11-28 01:30
연합뉴스

이재명정부 들어 감사원에 발족된 ‘운영 쇄신 TF’가 그제 윤석열정부 때 이뤄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에 대해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등 7명을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북한군에 의해 숨진 같은 공무원 사건을 놓고 윤석열정부 감사원은 문재인정부의 사실 은폐라고 하더니 이제 와선 윤석열정부 감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TF는 전 정부 때의 북한 감시초소(GP) 부실검증 의혹 감사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도 부당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외 TF가 진행 중인 다른 4건의 감사 역시 ‘뒤집기’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전 감사가 잘못됐으면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같은 기관이 스스로 한 일에 대해 줄줄이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의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는 구성원들이 자초한 셈이나 다름없다. 헌법적 독립기구의 위상과는 달리 언제부터인가 ‘정권의 행동대장’처럼 보이고 있는 게 지금 감사원의 현실이다. 정권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전 정권 인사를 몰아내거나 기관들을 길들이기 위해 감사가 동원된다는 의심을 받는가 하면, 감사원 구성원들이 마치 정권이나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듯한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정권과 불가근불가원 관계를 유지하기는커녕 정권이 원하는 일을 알아서 받드는 데 급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감사원이 뭘 하든 정치권에서 ‘정치 감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그게 감사원 대 정치권의 대립에서 그치지 않고, 감사원 구성원들 사이에서 전 정권에 협조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내분으로까지 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감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결국 감사원 구성원들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 소속 기관이지만 직무에 관해선 독립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늘 잊지 말고 정치권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과거 감사원은 ‘행담도 사건’처럼 당대 정부의 비리 의혹을 감사하기도 했고, 대통령이나 핵심 측근들을 조사하는 등 정권도 두려워하던 존재였다. 정권이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독립성이 훼손되면 감사원장이나 사무총장, 감사위원들이 저항하기도 했다. 감사원 구성원들은 헌법적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이런 노력들을 되새겨 감사에 있어 정치적 중립에 보다 엄정해져야 한다. 그래야 표적 감사나 하청 감사, 정권의 행동대장 같은 비아냥을 듣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