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에 대한 회유와 강압 조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감찰한 김건희 특검이 어제 강압적인 언행 등에 대한 규정 위반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체 감찰에는 징계권이나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특검이 자체 감찰에 나설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직권조사에 돌입했으나 출석 요구나 증거 제출을 강제할 수 없고 처벌 권한도 없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혹의 핵심인 회유나 강압 조사 여부를 확인하려면 검찰 등 수사권을 갖고 있는 제3의 기관이 나서서 철저하게 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양평군 공무원 정모씨는 지난 10월 2일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은 후 이튿날 새벽에 귀가해 심경이 담긴 메모를 작성했다. 이후 정씨가 같은 달 10일 숨진 채 발견된 후 공개된 메모와 유서에는 ‘강압’ ‘무시’ ‘수모’ 같은 단어가 가득했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 한다”거나 “수사관의 무시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는 등 특검 수사관의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특검은 논란이 불거지자 자체 조사를 거친 다음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현장 답사와 특검 사무실 내 CCTV 영상 확인, 담당 수사관 조사 등을 통해 6개 항목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는데 5개 항목에 대해서는 규정위반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규정 위반을 단정할 수 없었던 강압적 언행과 관련해선 이후 수사 등을 통해 실체가 밝혀질 때까지 관련 수사관 4명 중 팀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업무 배제를 결정했다고 한다.
특검의 수사를 받던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숨진 정씨의 변호사 등이 이미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만큼 제대로 수사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진상을 밝혀야 한다. 검찰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도 뒷짐지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검·경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피의자·참고인만 240명을 넘는다는데 ‘정치 수사’ 만큼이나 서둘러 근절되어야 할 행태가 ‘강압·회유 수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