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원 상당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과자를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물류센터 내 간식 공유 관행과 사무실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절도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도형)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보안업체 직원 A씨(41)의 원심 벌금 5만원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물류센터에서 탁송기사와 보안요원들이 새벽 시간대 냉장고 간식을 자유롭게 취식해 온 관행이 있었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탁송기사 B씨는 “사무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새벽에는 냉장고나 책상 위에 준비된 간식을 탁송기사들이 자유롭게 먹었고, 보안요원에게도 종종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2003년부터 해당 공장의 보안을 맡아온 보안요원 C씨도 “새벽 점검 과정에서 냉장고 음료나 간식을 먹은 일이 있고 다른 직원들도 그랬다”고 말했다.
사무실 구조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냉장고가 사무공간과 탁송기사 대기 공간을 구분하는 책상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어 출입이 금지된 공간으로 보기 어렵고, 접근 금지를 알리는 표지도 없었다”며 “피고인이 냉장고 접근 자체를 불법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물품을 가져간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A씨는 절도 유죄 확정 시 적용되는 경비업법상 취업 제한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항소심 선고 이후 사건을 맡은 박정규 변호사는 판결 직후 “통상 이런 소액 사건은 약식기소로 종결되는데 이번 사건은 신고 경위나 의도 등을 세밀하게 보지 않고 형사절차로 넘어간 측면이 있다”며 검찰의 판단 과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A씨가 반복적으로 간식을 가져간 것도 아니고, 업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단 한 번의 일이었는데 회사가 형사 절차로 밀어붙인 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