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내부 자유계약선수(FA)였던 투수 이영하(사진)를 붙잡았다. 박찬호, 조수행에 이은 세 번째 FA 계약 체결이다.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 9위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던 두산은 김원형 신임 감독 취임과 맞물려 FA 시장에서만 100억원 이상을 베팅하는 공격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두산은 27일 이영하와 4년 최대 52억원(계약금 23억원·연봉 총액 23억원·인센티브 6억원)에 FA 잔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 18일 박찬호(4년 80억원), 조수행(4년 16억원)과 올해 FA 1·2호 계약을 체결하며 스토브리그의 포문을 열었다. 이영하까지 3명의 FA에게만 총 148억원을 투자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영하는 연평균 6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줄 자원인 동시에 젊은 투수들의 리더 역할 역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16년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는 통산 355경기에서 60승 46패 27홀드 9세이브를 거두고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73경기에 나와 4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05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달 20일 두산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일찌감치 이영하의 잔류를 원했는데, 일이 뜻대로 풀렸다. 김 감독은 올해 불펜 보직을 맡았던 이영하의 선발 전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영하는 “두산은 입단 당시 그저 어린 투수였던 나를 성장시켜준 팀”이라며 “계약을 하니 더욱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마운드 위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것은 물론 후배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역할까지 해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또 다른 내부 FA 투수 최원준도 잡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현재까지 외부에서 영입한 FA는 박찬호뿐이다. 각 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라 외부 FA를 최대 3명까지 영입할 수 있다. 이에 두산이 광폭 행보를 지속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두산은 시즌을 마친 뒤 발 빠르게 팀 전반의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2021년 SSG 랜더스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했던 김 감독을 시작으로 홍원기, 손시헌, 정재훈, 이진영 등 이름값 있는 코치들을 차례로 영입했다.
동시에 선수단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두산은 지난달 11명의 선수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전날에는 선수 6명을 보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일부 출혈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전력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