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코앞서 주방위군 2명 피격… “아프간 출신의 테러”

입력 2025-11-27 18:34 수정 2025-11-27 18:38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을 순찰하다 총격을 받은 주방위군 병사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이 쏜 총에 맞은 병사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위중한 상태다. AFP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인근에서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주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아프가니스탄 출신 외국인의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총격은 이날 오후 2시15분쯤 백악관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패러굿웨스트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서 발생했다. 백악관에서 약 480m 떨어져 있어 도보로 6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어서 지난 몇 달 동안 주방위군 병력이 상시 배치돼 있었다.

총격을 받은 군인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중한 상태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 중이다. 범인도 총격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단독 범행으로 파악된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게 아니라 표적을 정해놓은 계획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DC 경찰청의 제프리 캐럴 부청장은 “주방위군 대원들이 순찰하던 중 용의자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총기를 들어 이들에게 발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 근처에서 대낮 총격 사건이 벌어지자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백악관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주에 머무르며 관련 보고를 받았다. 트럼프는 워싱턴DC에 추가로 500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특별성명 영상에서 “국토안보부는 체포된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지옥 같은 곳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임을 확신하고 있다”며 “그는 2021년 9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미국에 들어왔고 그 누구도 누가 입국하는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 때 아프가니스탄에서 들어온 모든 외국인을 재조사해야 하며 이 나라에 속하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외국인은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스뉴스는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군인 출신인 라마눌라 라칸왈(29)이라고 보도했다.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따르면 용의자는 2021년 9월 미군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으로 분류돼 미국에 입국했다. 라칸왈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등과 협력한 현지 부대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주방위군 배치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트럼프는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지난 8월부터 워싱턴DC 전역에 주방위군을 배치했다. 워싱턴DC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방위군 투입 결정이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20일 주방위군 배치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했지만 실제 이행은 다음 달 11일까지 보류한 상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