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집중된 지난 3분기에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이 뒷걸음질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55만원의 소비쿠폰이 지급되며 소득은 늘었지만 국민의 지갑은 그만큼 열리지 않은 것이다. 추석 연휴가 10월로 밀리며 식료품·여행 지출 등이 줄어든 영향도 반영됐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3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득도 1.5% 늘었다. 그러나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4000원으로 1.3% 증가에 그쳤다. 실질 소비지출도 0.7% 줄며 지난 1분기(-0.7%)와 2분기(-1.2%)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지출 품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1년 전보다 1.2% 줄었다. 육류(-9.0%)와 채소·채소가공품(-7.0%), 주스·기타 음료(-6.2%)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오락·문화 지출(-6.1%)도 단체 및 국외 여행비(-14.1%), 운동 및 오락 서비스(-3.6%), 서적(-10.2%)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주요 소비쿠폰 사용처인 외식 등 식사비(4.6%) 지출은 늘었지만 숙박비(-4.1%), 교육(-6.3%) 지출은 줄었다.
3분기 가구 소득 증가는 소비쿠폰이 견인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율은 각각 1.1%, 0.2%에 그쳤지만 소비쿠폰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40.4%나 늘었다. 코로나19 지원금이 지급된 2022년 2분기(61.5%)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438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4.6% 늘었고,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도 143만7000원으로 12.2% 급증했다.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득이 늘어난 반면 지출 증가는 이에 못 미치며 흑자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계층별 소비지출은 소득 1분위(하위 20%)가 6.9%, 2분위가 3.9% 늘었다. 3분위는 0.0%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4분위는 2.4%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1.4% 줄었다.
5분위와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5.07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9배보다 하락했다.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규모로, 통상적으로 배율이 낮아지면 분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