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세대 잇는 공론의 장, 앱으로 선보입니다”

입력 2025-11-28 03:02
김평안(뒷줄 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2023년 리오스스튜디오 창립 당시 멤버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리오스스튜디오 제공

크리스천 청년들이 온라인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교회 내 세대 갈등과 신앙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동대 졸업생들이 모인 스타트업 리오스스튜디오(대표 김평안)가 오는 1일 크리스천 익명 커뮤니티 ‘요즘처치(Yozm Church)’를 출시한다. ‘전 교인이 신앙과 삶의 고민을 자유롭게 나누는 디지털 공론장’을 표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요즘처치는 교파와 세대를 뛰어넘는 ‘디지털 영적 돌봄 공간’을 지향한다. 앱에는 묵상 찬양 진로 연애 등을 다루는 익명 소통 공간을 비롯해 매주 하나의 이슈를 질문하고 참여자들이 실시간 투표와 댓글로 참여하는 ‘요즘 토픽’ 기능 등이 담겼다. ‘교회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이 옳은가’ 같은 이슈부터 ‘찬양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해도 될까’ 같은 고민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참여형 공론장이다. 토론 후에는 요즘처치 자문 목회자들이 성경적 관점의 해설을 덧붙인다.

김평안(29)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나 “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되지만, 회원 가입은 SNS 기반 실명 인증 과정을 거친다”며 “유언비어, 인신공격, 이단성 표현 등은 신고 즉시 차단해 ‘질서 있는 자유’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처치는 한국교회 소통 구조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교회 내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됐다고 느끼는 비율이 70%가 넘는다는 조사가 있다”며 “교회가 영적 돌봄을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질문하고 공감할 창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이라 그 틈새를 메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는 다음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존중하는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며 “예배는 드리지만 공동체에 속해있지 않은 사각지대의 이들에 이르기까지 앱이 모든 세대를 잇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는 1일 출시 예정인 ‘요즘처치’ 앱 이미지. 리오스스튜디오 제공

김 대표는 크리스천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디지털 허브를 꿈꾼다. 그는 “익명을 기반으로 한 일반 공론장에는 역기능이 있기 마련인데, 크리스천들이 모인 요즘처치 만큼은 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건강한 비판과 자기성찰 문화를 촉진하고, 올바른 성경적 가치관을 정립하는 공론장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다. 나아가 앱을 통해 누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할 의제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 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리오스스튜디오는 한동대 학생 9명이 뜻을 모아 2023년 설립했다. 전공은 모두 달랐지만 “하나님 나라에 이바지하는 일을 하자”는 마음이 팀을 하나로 묶었다. ‘리오스(LIOS)’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The Lord Is Our Shepherd)”라는 시편 23편 1절 말씀의 영어 철자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이는 회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의 기준이 됐다. 경북 포항 죽도시장이 디지털 전통시장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 활로 개척을 도왔고, 기업 초창기 만든 크리스천 알람 앱 ‘빚음’은 성경 쓰기 미션을 수행해야 알람이 꺼지는데, 그렇게 쌓인 포인트로 선교비를 후원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역과 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업 과제를 수행하며 그 중심에는 한동대에서 배운 ‘배워서 남 주자’와 ‘정직과 성실’의 가치를 되새겼다. 김 대표는 “정직과 성실로 일을 맡기신 이들의 마음에 천국을 주자는 모토로 매 사업에 임했더니 자연스레 회사 구성원들의 실력 향상으로도 이어졌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세상은 바벨탑을 쌓고자 각자의 재능을 다 소진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모습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들은 달란트대로 부르심의 그 자리로 나아가도 부족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요구하는 스펙이 없어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면 그가 부르신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