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고환율 대책으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를 거론하면서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는 그제 해외주식 양도세 강화에 대해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 “국내 증시에 오래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겠다”며 인센티브를 내세우더니, 이제는 페널티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환율 급등의 본질적 원인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최근 고환율의 가장 큰 요인은 두 차례 추경을 포함한 과도한 재정 확대로 인한 원화 유동성 폭증이다. 세수는 바닥나는데도 곳곳에서 포퓰리즘성 지출을 이어간 결과 통화량이 불어나면서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 소비쿠폰, 지역화폐 남발 등 혈세 물쓰듯 하는 버릇은 안 고치고 서학개미들에게 세금 으름장을 놓는 것은 병의 근본은 건드리지 못한 채 진통제만 늘리는 식의 대응일 뿐이다.
더구나 한국의 해외주식 과세는 이미 다른 나라보다 강한 편이다. 일본은 국내·해외 주식을 통산해 20% 단일 세율로 과세하고, 대만은 일정 소득 미만에는 아예 신고 의무조차 없다. 국내 주식 소액투자는 양도세가 없지만 해외 주식에는 22% 세율이 적용되고, 국내·해외 손익 통산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이 22%의 양도세까지 물어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보다 해외 자산이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내 증시 성장성 둔화, 불투명한 지배구조, 잦은 정책 개입, 기업 혁신성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쌓여 개인투자자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세금 페널티를 꺼내 드는 것은 시장 신뢰를 깎아 먹을 뿐이다. 국내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 투자자들이 스스로 돌아오게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