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지막 절규로 소리쳤다. “목사님! 목사님!” 미국에서 형기를 마치면 길은 보통 두 갈래다. 하나는 365일 이상의 형을 산 외국인의 길이다. 영주권자까지 포함해 모두 자국으로 추방된다. 이 경우 이민세관단속국(ICE) 교도소로 이감되어 몇 달의 법적 절차를 거친 뒤 추방된다. 추방 당일엔 두 명의 교도관이 미국 정부가 제공한 항공권을 들고 추방자와 함께 비행기에 타 인천공항까지 동행하여 한국 정부에 인계한다. 다른 한 길은 시민권자의 경우로, 이들은 추방 조치 없이 가정으로 복귀한다.
미국의 재범률은 내가 알기로 73%에 이른다. 가석방되는 이들의 경우 곧장 집으로 가기보다 재활 기관이나 소버 홈(Sober Home)으로 가서 그 기간을 버티며 새로운 단계를 준비한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폴섬(Folsom) 교도소는 오래된 교정시설로, 그곳에 한인 재소자가 다섯에서 여섯 명 있었다. 나는 아내와 2~3주에 한 번, 왕복 8시간 거리를 오가며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전도자로 세우는 일에 마음을 다했다. 어떤 이들은 우리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힘든 사역을 왜 하느냐. 변하지도 않는 죄지은 사람들을 뭣 하러 찾아다니느냐.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지….”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만 주시는 위로와 확신을 허락하셨다. 우리는 기쁨으로, 감사로, 피곤을 모른 채 많은 형제를 찾아다녔다.
우리가 이 사역을 주님이 주신 특권으로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주님의 영혼을 향하신 목적을 깊이 깨닫게 된 과정이 있었다. 교도소 사역에는 내 의로움을 드러낼 자리가 없다. 그럴 환경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첫째 교도소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남에게 자신을 드러낼 조건이 없다. 둘째 이 사역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봄에 씨를 뿌리고 비가 오고 햇볕이 쬐어 싹이 나고, 여름을 지나 가을에 열매를 거두는 것처럼, 한 인간이 은혜로 거듭나 방향이 바뀌고 인생의 여러 과정을 거쳐 빚어지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죄악 된 습관과 본성은 거듭난 이후에도 오랜 신앙생활 속에서야 비로소 약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길에는 주님의 마음이 필요하고, 주님은 그 마음을 채우도록 은혜를 공급하신다. 그래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만 바라보게 되는, 특별한 은혜의 사역이다.
셋째 이 사역은 결과를 바라보지 않는 사역이다. 결과를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시험에 들고 주저앉는다. 결과는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는 과정을 성실히 걸을 뿐이다. 오늘은 하나님이 주신 시간이고, 오늘 만난 사람은 하나님이 섬기라고 주신 사람임을 믿는 것이다. 결과에 매이면 우리는 이삭이 아니라 에서를 낳는다. 그래서 이 길은 때로 고독하고 외롭다.
폴섬에서 긴 형기를 마치고 한국 고향으로의 추방을 위해 내가 사역하던 산페드로 이민세관단속국(ICE) 교도소로 이감된 형제가 있었다. 나는 아내와 우리 팀과 함께 주 1회 산페드로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날도 그 형제를 만났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의 심정을 물었다.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