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눈으로만
섬을 풀어본다
하천과 등고선과 돛단배를 끌어당겨
한 올의 리본으로 엮어서
바람에 날린다
한때 산이었거나 계곡이었던 것을
바다에 씻어 하늘로 빗질한다
의미를 묻지 마라
이름은 그저 잔잔한 물결
꽁꽁 엉긴 풍경을
한 올의 노랫소리로 풀어
세월의 귀에 장식을 한다
투명한 미궁
그 중심에 웅크린 괴물의 알몸
끝없는 유배
뉘우침의 닻줄
모래사장에 남겨진 발자국과
썩은 용골과 밀려오는 물머리를
날치들에게 던져주고
마지막으로 던지는 한 줄기 눈길만으로
한때 삶이자 꿈이었던
섬을 풀어
저물어가는 여름 구름에 맡긴다
-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선집 ‘세계중년회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