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의 현대적 해석과 연구에 힘써 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의 유작이다. 3년여 집필 과정이 마무리될 무렵인 지난해 7월 한 교수가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1년여 만에 책으로 출간됐다.
‘논어’에 대한 주자의 해석은 조선 500년 학문 전통을 주도해왔고, 지금도 정통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주자와 다산 정약용의 논어를 대비한다. 다산의 논어 풀이는 주자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고 심지어 주자의 해석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교의 최고 목표인 ‘덕성’(인·仁)에 대해 주자는 우주의 내재적 힘이자 인간의 본성이며 자기 내부의 ‘명상’을 통해 발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다산은 인(仁)은 내부에 있지 않고 사회적 공간에서 행동의 선택을 통해 축적되는 외재적 덕성임을 역설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이 다산의 해석을 주축으로 흘러가겠지만 주자의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와 해설을 잊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감하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배척하면서도 장점을 읽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안목,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책 뒷부분에 저자가 생전에 동양 고전에서 직접 고른 ‘내가 좋아하는 고전 구절’을 실어 유작으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