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탑재 12기 위성, 우주·바이오 등 다목적 미션 수행

입력 2025-11-26 18:58
누리호 4차 발사를 하루 앞둔 26일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누리호 모형을 구경하며 뛰어놀고 있다. 이번 발사는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통해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했다. 뉴시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네 번째 비행은 한국 우주개발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영역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산업화 단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부품 조달 관리부터 최종 조립까지 전 과정을 주관했다. 누리호에 탑승하는 ‘큐브위성’ 12기 중 6기에도 국내 기업 기술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항암제 단백질 결정화 작업부터 임무가 끝난 위성의 자체 폐기 시험까지 각기 주어진 역할을 우주공간에서 수행할 예정이다.

이전 1~3차 누리호 발사는 항우연이 발사체 설계와 조립, 발사 운용을 도맡았다. 반면 이번 4차 발사는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을 주도했다. 발사 운용은 항우연이 담당하지만 발사지휘센터(MDC)와 발사관제센터(LCC), 발사대 등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인력이 투입돼 실전 운용 기술을 전수받는다. 2026년과 2027년 예정된 5차, 6차 발사 때는 기업의 참여 범위가 발사 과정까지 확대된다.


첫 새벽시간 발사에다 역대 가장 많은 위성을 실어나르는 ‘고난도 임무’는 민간 기업의 항공우주 기술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다. 야간 발사는 제한된 시야와 온도차, 바람의 변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더더욱 정밀한 제어가 요구된다.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비롯해 모두 13기에 달하는 위성을 한 번에 2기씩, 20초 간격으로 정확히 쏘아올리는 것 역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출 과정에서 위성이 서로 충돌하거나 반동으로 인해 발사체의 자세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3차 발사 때보다 탑재 위성이 5개 늘었고, 이로 인해 위성부 중량이 약 460㎏ 증가한 960㎏인 점도 난도를 높인 요소다. 목표 고도 또한 50㎞ 더 높아졌다.

12기의 부탑재 위성도 국내 산·학·연에서 제작한 결과물이다. 이 중 절반인 6기는 스페이스린텍, 우주로테크, 코스모웍스, 쿼터니언, 한컴인스페이스 등 5개 벤처기업이 개발한 것이다. 스페이스린텍의 ‘비천’은 국내 최초의 우주의학 위성이다. 무중력 환경에서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트루다의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진행한다. 우주로테크의 ‘코스믹’에는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 후 폐기장치(PMD)가 설치돼 있다. 코스모웍스는 참가 기업 중 유일하게 ‘잭(JACK)-003’과 ‘JACK-004’ 2기를 싣는다. 위성에 탑재된 광학카메라로 지구 관측 이미지를 수집할 예정이다. 쿼터니언의 ‘퍼셋-01’은 해양쓰레기 탐지를, 한컴인스페이스의 ‘세종 4호’는 지구 관측을 목적으로 한다.

카이스트는 위성용 홀추력기 기술을 검증하는 ‘케이-히어로(K-HERO)’ 위성을 개발해 탑재했다. 홀추력기는 전기를 이용해 위성을 움직이는 전기추진 엔진이다. 전기로 기체(제논)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고 이를 뒤로 빠르게 내보내 위성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고흥=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