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한덕수에 징역 15년 구형

입력 2025-11-26 19:13 수정 2025-11-26 22:20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 참석한 뒤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최현규 기자

내란 특검이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도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사건 재판 중 처음으로 나온 구형이다.

특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행정부의 2인자이자 총리로서 내란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었음에도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내란 범행은 수십년간 한국이 쌓은 민주화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었다”며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이 결단코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21일 나올 예정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는)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로 일관하면서 사실관계를 은폐·축소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범행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장관에 대한 판결문 내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검은 ‘다른 사람의 힘에 밀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하급관료)의 일이고,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하면 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주 전 장관 판결문을 언급했다. 행정부의 2인자이자 총리로서 당시 계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한 전 총리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회 정치 활동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받아봐서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인지했음에도 계엄 선포 요건인 국무위원 소집을 독려했다고 판단했다. 또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를 감추려고 선포문을 사후 부서한 뒤 수사 시작 이후 이를 폐기하도록 한 범행 역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계엄 동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국무위원들을 모이게 해 대통령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이 없다면서 “그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측은 “피고인은 대통령과 김용현이 계획하였던 구체적인 내란 행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이 77세로 거동이 어렵고 도주 우려도 없다”면서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조사해온 채해병 특검은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공수처장이 재판에 넘겨진 건 처음이다. 특검은 두 사람이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 위증 고발 사건의 조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