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안정과 국민연금 수익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뉴 프레임워크’ 구축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기재부와 한국은행·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의 ‘4자 협의체’ 첫 회의 후 국민연금을 ‘환율 소방수’로 동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구 부총리는 뉴 프레임워크에 대해 “기금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기·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몸집이 커진 만큼 중장기적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고, 보유 해외자산도 외화보유액(4288억 달러)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지금 당장 국민 경제와 민생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연금도 외환시장 안정이 결국 수익성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국민연금 개혁으로 적자 전환·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지며 최대 기금 규모는 기존 1882조원에서 360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다만 뉴 프레임워크의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 않고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달러 해외자산 최대 10% 매도) 재개 가능성에도 여지를 남겼다. 이날 간담회 발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이유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재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기재부도 운용위 일원으로 국민연금 수익성과 공공성이 조화롭게 고려되도록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주식 투자 세제 강화 여부에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얼마든지 (여지가)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운용 수익을 극대화해 고갈 시점을 늦추고 국민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게 근본 목적”이라며 “협의체라는 명분으로 다른 기관에 동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라 납부자가 받아가야 할 돈”이라며 “환헤지 과정에서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연금 손실로 이어진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