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윤 의원들도 “尹 절연 필요”… 장동혁, 12·3 메시지 수위 고민

입력 2025-11-27 02:0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독립외교 40년: 이승만의 외로운 투쟁' 시사회에서 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장 대표는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앞두고 국민의힘 옛 친윤(친윤석열)계 주류 의원 사이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포함한 쇄신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계엄 1주기 당일 취임 100일도 함께 맞는 장동혁 대표는 메시지 형태와 수위 등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국면에서 탄핵 찬성파와 각을 세우며 윤 전 대통령을 엄호했던 한 중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윤 어게인’을 바라보는 순간 무덤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 가까워질수록 의원들과는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섰던 한 초선 의원도 “‘살려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밑 기류가 있다”고 했다. 친윤 핵심으로 분류됐던 한 의원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없이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을 막으려 분투했던 의원조차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건 이대로 가면 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10·15 부동산 대책,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등 이재명정부의 잇단 실책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주재한 3선 의원 회동에서는 다수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이냐 아니냐는 법리적 쟁점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창출한 정권이 납득하기 어려운 계엄 선포로 무너지고 또다시 탄핵이라는 국가적 비극을 초래한 데 대해 최소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초·재선 의원 10여명은 지도부와 별개로 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반성 메시지를 내려 뜻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도 지도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내란 프레임’에 먼저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단은 내부 결집에 집중하며 영장 상황을 신중히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장 대표가 전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곧 당이 어떻게 혁신할지 방안을 말씀드리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계엄 사과를 포함한 ‘깜짝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도부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전향적 메시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