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올림픽·월드컵 지상파서 못 보나

입력 2025-11-27 01:07

지상파 3사와 JTBC의 월드컵·올림픽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책임 공방 속에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협상 최종 결렬 시 지상파에서 세계적 스포츠 행사를 볼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JTBC와 지상파 3사의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3차 비공개 입찰이 결렬됐다. 앞서 지난 4월과 6월에 진행된 두 차례 공개입찰도 모두 무산됐다. 국내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JTBC는 지상파 3사가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보편적 시청권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방송사들은 JTBC가 단독으로 중계권 가격을 올려놓고 그 부담을 방송사에 떠넘기려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JTBC는 2026~2032년 올림픽과 2026~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확보한 뒤 이를 지상파에 재판매하는 공개입찰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을 구성해 스포츠 중계권을 공동으로 계약해 왔지만, 이번에는 JTBC가 지상파 3사와 각각 계약하는 방식이다.

최근 3차 입찰 실패를 두고 양측은 ‘비밀유지확약서’(NDA)로 공방 중이다. 입찰주관사 피닉스스포츠인터내셔널 측은 “공영방송 두 곳이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협상에 필수적인 비밀유지협약서를 마감 기한까지 내지 않거나 협상에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KBS는 공식자료를 내고 “중앙그룹이 요구한 NDA가 KBS에만 불리한 구조였다”며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상을 종료했다고 반박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졌다. JTBC는 지난 6월 지상파 3사를 스포츠 중계권을 놓고 담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한 방송사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따내면 나머지 방송사에 300억원씩 물어줘야 한다는 규정이 사실상 ‘담합’이라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이 규정이 주요 행사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을 지키라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지상파 3사가 서울서부지법에 JTBC의 무리한 패키지 입찰과 지상파 3사 협력 금지 조항 등이 부당하다며 입찰 절차 중단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다만 양쪽 모두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JTBC는 동계올림픽 중계를 준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이달 말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3사도 중계권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공방을 중단하고 시청자들과 방송의 공적 가치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변했지만 플랫폼이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다”며 양측의 양보와 조율을 촉구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을 내세우지만, 결국 수익 문제라는 점을 시청자들도 다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