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인사권·감찰권 남용 정황… 감사원이 고발

입력 2025-11-26 19:01 수정 2025-11-26 19:02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지난달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던 중 눈을 감고 있다. 감사원은 26일 유 전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최현규 기자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지난 정부 때 인사권과 감찰권을 남용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감사원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26일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F에 따르면 유 전 총장은 2022년 6월 취임한 뒤 최재해 당시 감사원장에게 A과장 등 5명에 대한 감찰 개시와 인사 조처를 승인받았다. 이후 감찰담당관에 대상자의 비위 사실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즉시 조사 개시를 통보했다. TF는 유 전 총장이 지위를 활용해 자신에게 반대한 직원들을 인사 조치하고 감찰하며 부당하게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유 전 총장은 2023년 1월 특정 대상자들을 지명해 16명의 서열과 직무성적 평가 등급 상향을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과정에선 군사기밀이 누설된 정황도 포착됐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과 2023년 12월 두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국방부 보안 심사를 거치지 않은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2023년 12월 자료는 감사위원회의에서 ‘비공개’를 결정했지만 그대로 송부됐다. 담당 과장은 당시 보도 가능한 수준이라는 국방부 검토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합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는 게 TF의 설명이다. TF는 지난 24일 관련자 7명을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된 7명 중에는 최 전 원장과 유 전 총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검증 의혹 사건’ 감사에서도 군사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유 전 총장의 측근인 B국장 등은 지난 3월 최 전 원장 지시를 어기고 군사기밀이 담긴 비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군사 2급 기밀’이 포함된 해당 내용은 특정 언론에 94% 일치하는 형태로 단독 보도됐다.

유 전 총장 측 인사들은 집단 반발했다. 유 전 총장과 최재혁 감사원 국장, 김숙동 심사관리관은 이날 공동 명의로 낸 자료에서 “(TF 발표는) 무고,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당시 특별조사국장으로 지휘라인에 있던 김 관리관은 통화에서 “TF 발표는 명백한 거짓”이라며 “사건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언급된 내용만 봐도 훨씬 더 중대한 사안이 공개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신 감사위원도 지난 21일 “TF는 왜곡·편향된 시각으로 내용을 도출했다”며 “묵과할 수 없는 인권 침해이자 심각한 절차적 위반 행위”라고 반발했다. 유 전 총장은 지난해 2월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2028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