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케미칼, 대산 NCC 통합… 석화재편 힘겹게 첫발

입력 2025-11-27 00:11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 설비를 통폐합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감축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확정해 정부에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지난 8월 위기에 처한 국내 10개 석화 기업이 사업재편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한 지 3개월여 만이자 정부가 제시한 제출 시한을 약 한 달 앞두고 나온 업계 1호 구조조정안이다. 양사의 사업재편 방안을 신호탄 삼아 정체 상태인 전남 여수 및 울산 산단에서의 구조조정도 연내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26일 공시를 통해 정부에 석화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석화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이행 및 국내 석화 업계의 구조개편에 참여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에 양사 공동으로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재편안은 롯데케미칼의 주요 사업장인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하고 분할신설법인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합병 후 HD현대케미칼은 존속하고 신설법인은 소멸되며, 롯데케미칼이 합병법인의 주식을 추가 취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을 50%씩 보유하는 구조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의 공동 주주다.

이를 위한 첫 절차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양사의 기업결합 건에 대한 사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사업 재편안이 승인되면 추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NCC 감축량을 확정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NCC 생산량 규모는 110만t, HD현대케미칼 공장은 85만t이다. 이번 합의로 둘 중 한 곳이 문을 닫을 경우 최대 110만t 규모의 NCC를 감축할 수 있다. 석화 업계가 자율협약을 통해 감축하기로 한 NCC는 270만∼370만t 규모다. 동시에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 관심은 남은 여수, 울산 산단으로 쏠리고 있다. 여수는 석화 1위 기업인 LG화학과 여천NCC 등이 있는 국내 최대 산단이다. 석화 산업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 총 생산량의 절반 가량인 626만t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370만t 감축량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수 산단에서 최소 100만t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회사를 설립해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설비를 통합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울산 산단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곳이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받아 재편안을 마련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시한이 있는 만큼 그 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업별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막판 압박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여수 산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은 12월 말”이라며 “이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산 산단이 석화 사업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 산단은 사업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제출하지 못한 기업들은 향후 대내외 위기에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권지혜 허경구 기자, 세종=김윤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