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 합의를 위해 조사 주체를 특별위원회가 아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하도록 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의견을 전격 수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계된 대장동 사건 이슈를 이대로 놓칠 수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결과다. 민주당도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정조사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애초에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던 국정조사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떻게든 국정조사를 회피하려 온갖 핑계와 말 바꾸기로 일관했다”며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법사위 국정조사 진행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은 별도 특위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편파적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협상 난항으로 국정조사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외압 의혹으로 규정하며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 고려됐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잇단 회동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로서는 대정부 공세를 위해 오래 끌고 가야 할 사안이라 (민주당 안을) 수용한 것이고, 일단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이유를 대며 이리저리 회피하는 건 국민의힘”이라며 “지금이라도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를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27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국정조사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을 ‘검찰의 집단항명과 조작 기소’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인데, 외압 의혹에 방점을 두는 국민의힘과 입장차가 크다. 국정조사에서 외압이 부각되면서 이 대통령이 계속 언급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내부 기류가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거부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날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자당 의원들이 발의한 ‘필리버스터 문턱 높이기’ 법안들을 단독 통과시켰다.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형민 한웅희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