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정치적 무기로 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노화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79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당선 시점 기준으로 최고령이다. 그는 자신보다 4살 많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조롱해 왔지만, 이제 본인도 고령에 따른 체력 저하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공식 일정을 분석한 결과 공개 일정이 집권 1기(2017~2021년)보다 크게 줄었고 출근 시간 역시 늦춰졌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1기 때는 보통 오전 10시30분 무렵에 일정을 시작했지만, 2기 들어선 정오쯤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NYT는 올해 1월 20일 취임 후 이달 25일까지 트럼프가 소화한 공식 일정도 분석했는데, 1기 때 같은 기간 1688건에서 2기에는 1029건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의 피로감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정책 발표에서 트럼프는 약 20분 동안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 오른 손등의 멍을 가리기 위해 화장한 모습이 공개되며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예외적(exceptional)’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2000년부터 13년간 백악관 주치의를 맡았던 제프리 쿨먼 박사는 “트럼프의 일정은 조지 W 부시(취임 당시 54세)와 버락 오바마(47세)의 일정과 매우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두 전임 대통령은 매일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일정을 유지했으며 오전 10시 이전에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고 쿨먼은 설명했다.
매튜 달렉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대통령의 건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래된 정치적 전략이라고 짚으면서 트럼프는 특히 ‘판타지’를 고수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나이와 관계없이 고강도의 국정 수행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무리하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가 재집권 후 사후 세계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며 자신의 행보가 천국에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