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 연금 계좌서는 ‘과세’ 모순

입력 2025-11-27 02:16

연금 계좌의 핵심은 과세이연과 저율 과세다.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과세를 미루고 세금도 일반 계좌에서 투자했을 때보다 적게 내도록 혜택을 준다. 그러나 현행 금융 과세체계로는 연금 계좌에서 안 내도 될 세금을 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일반 계좌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은 비과세지만 같은 상품을 연금 계좌에서 투자하면 과세가 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두 곳의 개인연금 계좌 내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은 잔고 기준으로 현재 평균 15%다. 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통해 초과 수익을 낼 경우 당장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연금을 수령할 때는 소득에 따라 3.3~5.5% 세율이 과세된다.

연금 계좌는 상품별로 세금을 매기지 않고 계좌 단위로 묶어 총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는 구조여서 일반 계좌에서 받을 수 있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A라는 투자자가 개인연금 계좌를 열고 수십년 동안 국내 주식형,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5000만원의 수익이 났다면 수익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구분하지 않고 총이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는 의미다.

반면 연금이 아닌 일반 계좌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은 비과세된다. 단 해외 상품의 경우엔 연금계좌의 절세 혜택이 크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펀드의 경우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는데 연금계좌에서 이 상품에 투자하면 78%가량 낮은 세율로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사실상 해외 투자에 더 적합한 상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ISA는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최소 3년 동안 투자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손익통산(이익과 손실을 합쳐서 순이익을 계산)해 순소득에 대해 저율(9.9%)로 분리과세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계좌에서는 연금 계좌와 달리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그대로 적용된다. 문제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손실은 손익통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ISA에서 투자하든 일반 계좌에서 투자하든 절세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중개형 ISA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914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금액은 2158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투자 비중이 국내보다 2배 이상 많다. 이에 업계에서는 ISA 국내 주식형 펀드도 손익통산을 적용하도록 건의하고 있다.

한 세제 전문가는 “연금 계좌나 ISA 모두 절세 혜택은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인데 결론적으로 해외 투자가 활성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일반 계좌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를 하고 연금 계좌에서는 해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똑똑한 투자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은현 이광수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