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대장동 항소 포기, 국조·특검 다 하자”던 말 지키라

입력 2025-11-27 01:30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국정조사는 당장이라도 열릴 듯했다.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을 밝히자는 야당보다 여당이 한술 더 떠 국정조사는 물론 청문회, 특검까지 다 하자고 흥분했던 사안이다. 뭐가 됐든 당연히 진상 규명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이었다. 정부 수사기관이 천문학적 범죄 수익의 추징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범죄자들을 재벌로 만들어준 사태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 야당도, 여당도, 여론도 이렇게 “한번 따져보자”고 의견이 모인 것이 불과 2~3주 전인데, 지금 그 국정조사를 하네 마네 하는, 자칫 없던 일로 뭉개질 상황이 됐다.

국정조사는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니,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하겠다던 민주당 입장이 슬그머니 바뀌어 이리됐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25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가 또 불발된 건 형식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특별위원회 대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정조사를 하자는 주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추미애 위원장이 야당 간사 선임마저 불허해 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을 굳이 고집한 것은 국정조사에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에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행사하며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민주당은 26일 ‘필리버스터 제한법’을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대화와 타협을 증진하자며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의 제도마저 무력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조사를 법사위에서라도 하자”며 전격 수용해 공을 다시 민주당에 넘겼고, 오늘 여야 회동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법사위에서 한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마당이니 더 이상 회피하면 진상 규명을 거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당초 공언한 대로 특검을 포함해 의혹 해소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된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법률적 금전적 이익을 제공해 불리한 진술을 차단하려 했다는 의혹의 얼개에 비해서 “신중히 하라고 했을 뿐”이란 법무부 장관의 반박 논리는 국민이 납득하기에 충분치 않다. 이런 상태로 유야무야 한다면 이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고, 머지않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정권에 상처를 입히게 될 수 있다. 정쟁거리로 치부하며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