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중재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하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평화구상 수정안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전통 행사 ‘칠면조 사면식’에서 “나는 우리가 합의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9개월 동안 8개의 전쟁을 끝냈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행사 후 트루스소셜에서도 “지난 일주일간 나의 팀은 전쟁 종식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기존 28개항 평화구상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넣어 세밀하게 조정됐고 이견은 몇 개 조항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협상에서 19개항의 평화구상 수정안을 도출했다. 전후 우크라이나군 규모를 60만명에서 80만명으로 변경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제한 표현도 완화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 평화구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라고 지시했으며 동시에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을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조율한 수정안이 영토 문제 등 핵심 쟁점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부분 분석가들은 최근의 변경안이 러시아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러시아는 다시 한 번 수정하려 하거나 아예 전면 거부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키이우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수정한 평화구상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또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 전 세계 여러 국가와 함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연합체 ‘의지의 연합’은 러시아 측에 휴전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대러시아 압박을 강화하기로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