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온 노숙인 환대… 목회자 부부에 응원 릴레이

입력 2025-11-27 03:02
송주현 우리는교회 목사가 지난 7일 경기도 화성 동탄의 대형마트 푸드코트에서 만난 노숙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송 목사 제공

맨발의 노숙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신발을 선물한 개척교회 목사 부부의 사연이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일회성 선행이 아니라 연애 시절부터 15년 동안 한결같이 지켜온 삶의 방식이었음이 함께 알려지며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화성 동탄의 ‘우리는교회’를 섬기는 송주현(37) 목사와 아내 나은비(34) 사모다. 두 사람은 지난 7일 교회 근처 대형마트 푸드코트에서 맨발로 서 있던 노숙인을 발견하고, 따뜻한 식사와 신발을 건넸다. 나 사모는 당시 겪은 상황과 이야기를 SNS에 올렸는데, 이 게시물이 300만명 이상에게 알려지며 4만건이 넘는 ‘좋아요’와 1000개가 넘는 응원 댓글을 받았다.

이들의 선행이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기독 대학인 고신대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난 두 사람이 그 시절부터 전도사로 사역하고, 2년 전 교회를 개척한 후에도 변함없이 헐벗은 이웃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자금을 아껴 아프리카 우간다에 학교를 세운 일화가 대표적이다.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고 대학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려 절감한 비용과 축의금, 온라인 모금을 합쳐 3000만원을 모아 학교를 건립했다. 현재 매년 200여명이 공부하고 있으며, 부부는 지금까지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송주현 목사와 나은비 사모가 2016년 6월 아프리카 우간다 학교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송 목사 제공

교회 개척 전 송 목사는 부산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인을 돕기 위해 ‘나눔 커뮤니티’를 설립해 7년간 봉사해왔다. 개척한 교회에서도 그 나눔 철학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필리핀에 학교를 건립해 후원하고 있으며, 두 달에 한 번은 주일 예배 대신 다문화 가정과 지하철역 노숙인을 직접 찾아가 사랑을 실천한다.

지난 16일 추수 감사 주일에도 교회는 나눔의 빛을 발했다. 한 교회 사모가 암 투병 중 보험조차 없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성도들은 하루 만에 1400만원이 넘는 헌금을 모았다. 송 목사는 “80명의 성도 대부분이 20~30대이기에 이렇게 많은 후원금이 모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성도님들이 이웃을 위해 재정을 내어놓는 것을 기독교 공동체의 본분으로 생각하신다”고 전했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1000만원이 추가로 모금됐다.

송 목사가 SNS에 선행을 올리는 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리가 좋은 일을 했으니 칭찬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심어주고 싶고요.”

이들이 맨발의 노숙인을 도운 날은 다름 아닌 부부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금요기도회를 마치고 세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두 사람은 기념일을 깜빡 잊었다. 다음날 이를 깨달은 송 목사는 꽃다발과 편지를 준비했다. 그는 편지에 “중요한 날을 잊고 지나갔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는 노숙인 아버지를 향한 섬김을 잊지 않았다”며 “참 우리답게 그날을 보냈다는 생각에 감사하더라”고 적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