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완주 통합 네 번째 시도 사실상 ‘무산’

입력 2025-11-26 20:44 수정 2025-11-26 20:49
전주시청사(왼쪽)와 완주군청사 전경.

전북 전주와 완주의 행정통합 추진이 1998년 첫 시도 이후 네 번째 도전에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통합의 전제조건인 주민투표가 지연되고 완주지역의 강한 반대 여론까지 겹치면서 이번에도 사실상 무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선 8기 내 통합시 출범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합이 당장 어렵더라도 전주의 외연 확장을 위한 새로운 대안은 필요하다”며 김제·임실 등 인근 지자체와의 통합 가능성도 언급했다.

보류 상태인 행정안전부의 판단도 통합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할 행안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달 전주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과 출향 도민 의견을 함께 듣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은 내놓지 않았다.

완주군 내 반발은 더욱 거세다. 권요안 전북도의원과 ‘완주·전주 통합 반대 대책위원회’는 최근 지방시대위원회에 건의문을 제출하며 “여론조사에서 완주군민 65~71%가 통합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주 중심의 흡수통합 우려가 크고 주민 의견이 정치 논리에 밀리고 있다”며 관련 법령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돈승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특보도 26일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찬성보다 15%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나 주민투표 권고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주민투표가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잡힐 경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지방선거에 직결돼 주민투표를 미루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완주 통합은 완주군민 6000여명의 서명 건의서가 지방시대위원회에 제출되며 10년 만에 공식화됐지만, 주민투표 미실시·반대 여론·정치 일정이라는 3중 장벽에 가로막혀 추진 동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구감소와 행정 비효율이 겹치는 상황에서 통합은 전북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장기 과제”라고 말했다.

전주=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