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유튜브에서 요즘 가장 트렌디한 코미디언으로 곽범(39)을 꼽는 이들이 많다. 평론가들은 그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주는, ‘선 넘지 않는’ 플레이어이면서 분위기를 이끄는 재치있는 진행자라고 평가한다. 2011년 KBS 공채 27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곽범은 2020년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후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빵송국’은 곽범과 함께 ‘천재 개그 콤비’로 불리는 KBS 두 기수 후배 이창호가 함께 운영하는 채널이다. 특유의 B급 감성 콘텐츠를 올리다 2인조 보이그룹 ‘매드몬스터’라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현재 구독자가 58만명이 넘는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클럽에서 만난 곽범은 “‘나는 분명히 웃겨, 잘 할 수 있어’ 같은 마인트 컨트롤을 수시로 하는 편”이라며 “뚝심 있게 내 감(感)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곽범은 자신의 콘텐츠 기저에는 풍자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매드몬스터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돌은 대중의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는 우상을 의미하는데 그것 자체로도 풍자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초등학생 딸 둘의 아빠인 그에게 ‘MZ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물었을 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밈 문화를 따라가기보다 이끌어보자고 생각했어요.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개그를 하면 누군가는 이 트렌드를 따라와 주지 않겠나 생각한 거죠.”
-개그콘서트에서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힘들었던 점은.
“개그콘서트를 할 때는 코너를 만들어 매주 검사 맡는 과정에서 압박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유튜브 시장에 나오니까 검증받는 과정이 없더라고요. 우리끼리 회의하고 마음대로 편집해서 올렸는데, 6개월 동안은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 우리 코미디가 대중에게 통하지 않는 것인지 무섭기도 했죠. ‘누군가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코미디언이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요. 그러다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데, ‘아, 우리 감이 맞았구나’라는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MZ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이나 비법이 있나.
“밈 문화를 따라가기보다 이끌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보정 필터를 활용한 매드몬스터를 만들었고, 유튜브 ‘경영자들’ 속 패러디도 연구해냈죠. 내가 재미있어하는 개그를 하면 누군가는 따라와 주지 않겠나 생각한 거죠.”
-개그콘서트와 유튜브 빵송국, 두 무대의 차이는 무엇인가.
“완벽하게 달라요. 공개코미디 무대는 객석에서 피드백이 즉각 즉각 와요. 미디어 코미디는 콘텐츠를 올려놓으면 며칠 지나야 ‘성공한 콘텐츠’인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언제 터질지 모르고 흐름도 잘 타야 되죠.”
-‘성공한 콘텐츠’란 뭔가.
“지금은 웃기는 방법이 달라졌어요. 본편이 15분이라면 그중 3초만 웃겨도 성공한 거예요. 구독자끼리 좌표를 찍듯 ‘이 영상은 몇 분 몇 초가 웃기다’ 하는 식으로 공유가 되거든요. 15분 중 구독자가 재밌다고 느낀 3초가 숏폼 콘텐츠로 돌고 재생산이 시작되면 그게 성공한 콘텐츠라고 판단했어요. 그 문화를 노리기 시작한 거죠.”
-빵송국 첫 성공작 ‘매드몬스터’ 탄생 비화를 알려달라.
“시작은 풍자였어요. 당시에 과한 보정 필터가 유행이었는데, 이걸 비틀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저랑 창호가 과하고 기괴한 필터를 뒤집어쓰고 아이돌이 돼보자고 생각한 거죠. 아이돌은 대중의 많은 사랑과 지지, 응원을 받는 우상을 의미하잖아요. 그것 자체로도 풍자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았죠.”
-이외에도 풍자가 가미된 콘텐츠가 많은데.
“맞아요. 초기에 만든 ‘무조건 나온 장면’이라는 콘텐츠도 마찬가지예요. 드라마 속 검사, 의사, 범죄자 등의 모습을 따라 하면서 무조건 등장하는 클리셰를 비꼰 거죠.”
-딸들은 아빠의 개그를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성대모사를 해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아빠 성대모사 보려면 돈 내야 한다’고 응수했죠(웃음). 딸들이 깔깔 웃으며 제가 성대모사 하는 모습을 따라 하더라고요. 유명해질수록 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육상대회에 꼭 와야 한다고 해서 갔는데, 학부모가 거의 참석하지 않는 대회였어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꼭 저를 불러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댓글은.
“연기를 창호보다 잘할 자신도 없고 성대모사도 잘하는 게 아니예요. 그저 특정 포인트를 잡아서 웃기게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인지 가장 기분 좋았던 피드백 한 줄은 ‘차세대 진행자는 곽범’이라는 것이었어요. 레크리에이션 MC를 오래 해 본 경험이 있어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일에는 자신이 있어요. 아직은 진행을 잘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제 역할이 생긴다면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콤비인 이창호와는 안 싸우나.
“수시로 싸우죠(웃음). ‘이게 웃기네, 저게 웃기네’ 하는 식이에요. 회의실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으면 밖에서는 ‘아, 아이디어 회의하는구나’ 생각할 거예요. 건강한 소통이죠.”
-유튜버 전향은 위기이면서 기회였는데, 버티게 해준 힘은.
“개그콘서트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지’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확 들었어요. 고향에서 소고기뭇국을 팔까 하는 구체적인 생각까지 했었죠. 그러다 현재 소속사 대표인 정영준형이 ‘창호랑 유튜브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크리에이터 발굴 명분으로 매달 200만원씩 콘텐츠 지원금을 보내줬어요. 그 돈이 없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선을 넘지 않는 개그맨’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개그 철학이 있다면.
“남을 밑으로 두고 비하하고 조롱하는 코미디는 지양하고 있어요. 그게 누구라도 안 좋은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누군가를 바보로 만들지 않고 웃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편이에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나 때문에 인상 찌푸려지는 분이 없게 하자’는 게 제 신조예요.”
-스스로 생각하는 ‘곽범표 개그’란 무엇인가.
“한 선배께서 대중이 코미디언을 보면서 편하게 웃는 이유는 본인보다 약간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대중 위에 있으려 하지 말고 늘 겸손한 자세로 대중을 웃기자는 속 깊은 말씀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누군가 저를 놀려줄 때 ‘이거다!’ 싶어요. 장난을 기분 나빠하고 이기려고 받아치면 보는 사람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까툰, 나뿐방, 골프학교, 곽범일지 이후 개인채널 도전은 계속되나.
“개인채널에 대한 욕구가 늘 있어요. 짜인 포맷에만 투입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빵송국은 창호랑 같이하는 거라 제가 원하는 코미디만을 주장할 수는 없어요. 내년에는 개인채널을 오픈하지 않을까 해요. 콘셉트도 조만간 공개할 것 같아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