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국민의힘은 뭘 하려 하나

입력 2025-11-27 00:38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국민의힘은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최근 국민의힘을 지켜보면서 이런 의문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을 살피는 것이지 ‘내 것’을 지키는 게 아닐 텐데, 답을 찾기가 참 어렵다.

장동혁호는 보수 대결집을 얘기하며 부산·경남(PK)을 시작으로 전국 여론전에 나섰다. 원내 의석 열세를 고려해 밖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당 재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한다. 반이재명, 반민주당 여론에 불 지펴 집토끼부터 묶어두겠다는 뜻이다. 이를 전제로 세 가지 의문이 있다.

먼저 장동혁호의 전략은 효과가 있는가. 보수 강성 지지층은 친박에서 보듯 조직력과 적극성, 자본을 갖췄다. 이들을 놓치고선 당 재건이 어렵다는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권과 중도층에게서 받는 냉소를 상쇄할 만큼 이들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당장 재개하라는 구호는 설득력이 있는가. 여권의 이 대통령 방탄 작업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호소할 만큼 체제 궤멸적인가. 이 대통령에 대한 여권 강경파의 과잉 충성이자 의원 개개인의 자기 정치를 과도하게 왜곡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답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어렵게 의원총회에서 연말 강경 투쟁 기조로 뜻을 모았지만 당 내부에선 의구심이 여전하다. 당 지지율은 수치도 나쁘지만, 추세는 더욱 나쁘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지지층 결집이 시작될 거란 기대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지지율 35%를 회복하면 부동산, 환율, 민생 등 실책을 계기로 총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계획은 보수적이어야 하는데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는 것 같다.

두 번째, 국민의힘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가. 지지층 결집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외면하면서까지 지지층을 모으려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 대통령의 하야, 광우병 촛불집회 같은 장외 레버리지 획득, 내년 지방선거 승리 정도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 하야는 논할 가치가 없고, 장외 여론전은 글쎄. 낮아지는 지지율, 당의 장담에 비해 초라한 투쟁 현장 등을 고려하면 지금까진 실패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당 소속 대통령의 탄핵 이듬해에 열리는 선거에 승리하겠다는 것도 욕심이다. 이를 위해 보수 대결집을 얘기하면서 한동훈 전 대표를 제외하는 것도 난센스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제야 다른 하나의 목적이 떠오른다. 각자도생. 지도부도, 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일단 내 거만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라면 대체적인 흐름이 맞아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이 있는가. 사과하면 내란당이 되고, 안 하면 내란당이 안 되는가. 재판에서 드러난 윤석열 전 대통령 태도를 보면 국민의힘과 계엄을 깊이 상의하진 않았을 거 같다. 그렇더라도 집권당의 ‘나도 피해자’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건 아니다. 각자도생을 위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것 말곤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렇게 일부가 자리를 보전한들 당은 망가진 뒤다. 당명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이 맘 놓고 강성 지지층 의견을 따르는 건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상태가 이러니 민주당은 무서울 게 없다. “야당이 망해서 언론이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여권에서 나온다. 당면한 정치 명분이 오로지 ‘생존’인 정당이라면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조급해하지 말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한다. 견제가 없으면 이내 궤도를 이탈하는 게 우리 정치의 취약성임을 새삼 깨닫기에 하는 말이다.

강준구 정치부장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