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는 찬란한 가야의 역사를 품고 강과 하천의 풍요 속에서 성장해온 도시다. 고대 왕국의 흔적과 평화로운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뤄 가을에 가볼 만한 곳이 풍성하다.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김해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김해에서 가을의 서정을 품은 대표적인 곳이 한림면에 펼쳐진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이다. 한때 쓰레기장에 가까운 늪지대였던 곳이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자연의 보고(寶庫)로 되살아났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저어새와 2급 노랑부리저어새 등 30여 마리가 군락을 이루고, 조류와 수생 식물 등 800여종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도 찾아온다. 맑은 물과 물억새, 물새들이 어우러져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물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빛 물결을 이룬다. 물억새는 얼핏 보면 갈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잎이 가늘고 흰 잎맥이 뚜렷해 잎이 넓고 부드러운 갈대와 구분된다.
화포천은 김해시 진례면 대암산에서 발원해 13개 지천을 아우르며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길이 21.2㎞의 화포천습지는 하천형 습지 특성을 지닌 우리나라 대표 습지 중 하나다. 물가에는 수초와 물속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가 가득하다. 풍부한 생태계를 관찰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화포천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자꾸 고개를 위로 들게 된다. 무리 지어 하늘을 나는 기러기들 때문이다. 한 번 짝을 맺으면 다른 짝을 찾지 않아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새다. 인근에는 경전선 한림정역에서 진영역으로 이어지는 철로가 나란히 지난다. 지난달 15일 생태 전시실, 탐조 전망대, 실내 놀이터 등 다양한 체험형 공간을 갖춘 ‘화포천습지과학관’이 정식 개관했다.
화포천변에 서 있는 이정표에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이 있다. 진영 단감이 나는 감나무밭과 벼농사를 하는 너른 들판, 마을의 든든한 수호신 같은 봉화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묘소가 있다.
요즘 김해에서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곳은 분산성이다. 일몰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기 좋은 명소다. 해 질 무렵 환상적인 노을이 장관이다. 포토존에 줄이 늘어설 정도다.
분산성은 과거 ‘분산’이라 불린 분성산(盆城山·382m)의 정상부에 축조된 길이 923m, 너비 8m에 이르는 성벽이다. 삼국시대에 조성돼 조선시대까지 이용된 가야시대의 산성으로 알려졌다. 분산성에 오르면 남쪽으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김해평야, 서쪽으로는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다. 수로왕의 부인인 허황옥 왕후가 성벽에 올라 고향 인도를 생각하며 눈물지었다는 전설도 있다. 일몰 풍경은 ‘왕후의 노을’로 불린다.
성벽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조성돼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서문지다. 고지도에는 문루가 표시돼 있으나 현재는 암문으로만 복원돼 있다. 사각형 암문이 사진 명소다. 암문 밖에 서면 오른쪽으로 북문지 방향으로 이어지는 오솔길과 그 위로 솟구친 성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남쪽 봉수대에 오르면 수묵화 같은 풍경이 다가온다. 동쪽으로는 용처럼 휘어진 낙동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평야와 산들이 올망졸망 이어진다. 남쪽에서는 바다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시가지 가운데 수로왕릉이 있다. 지름 22m에 달하는 거대한 왕릉 뒤쪽으로 능림이 펼쳐져 있다. 그 너머에 수로왕과 왕비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한 공원 ‘수릉원’이 있다.
김해에서 겨울철에도 즐기기 좋은 곳이 김해낙동강레일파크다. 레일바이크로 유명한 곳이지만 한겨울에도 16~18도를 유지하는 와인동굴 ‘와인&디케이브’가 특히 인기다. 기존 와인동굴 200m 연장 구간에 영상미디어와 체험 콘텐츠를 더해 새롭게 조성했다. 다채롭고 흥미로운 즐길거리, 먹거리들은 물론이고 연중 일정한 온도, 비바람 등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근의 레일바이크는 34대 모두 페달을 밟지 않고 이동이 가능한 전동화 시설을 갖춰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특히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캐노피까지 갖춰 겨울철 눈꽃 레일바이크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여행메모
봉하마을 인근 진영읍 설창리 화포천
진영읍 갈비 거리·동상시장 칼국수
봉하마을 인근 진영읍 설창리 화포천
진영읍 갈비 거리·동상시장 칼국수
수도권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김해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 부산~대구 구간의 삼랑진나들목에서 빠지는 것이 편하다. 화포천 사진 스폿은 ‘진영읍 설창리 1-2’를 찾아가면 된다. 이곳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까지는 2㎞도 안 된다. 분산성에는 무료 주차장이 있다. 입장료도 없다. 주차장에서 분산성까지는 10~15분 걸린다. 분산성 주변 가야테마파크·김해천문대 등도 둘러볼 만하다.
무척산에도 무료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조성돼 있다. 주차장에서 부부소나무·천지폭포·천지못·정상·흔들바위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약 6.3㎞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낙동강레일파크에는 입장료가 있다. 레일바이크는 1만8000(2명)~2만8000원(4명)이며 와인동굴은 성인 기준 8000원이다.
진영읍에는 갈비로 유명한 거리가 있다. 소·돼지 생갈비와 양념갈비를 주로 낸다. 진례면에는 대암산 등산객을 상대로 백숙을 하는 집이 성업 중이다.
동상전통시장의 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40여 년 내력의 칼국수 집이 여럿 있다. 주문받은 뒤 즉석에서 반죽을 밀어 국수를 뽑는다.
김해=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