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인생은 예수님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입력 2025-11-28 03:04

사람은 태어날 때 환경, 인격이 형성되는 유아 시절 경험을 평생 가지고 가게 됩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바로 그 기질과 형성된 성격이 바뀌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진심으로 만나면 본질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알코올중독 아버지께서 밤마다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집안의 거울은 깨져 있었고 주전자는 다 찌그러졌습니다. 6살 많은 누나는 지적장애에 소아마비로 걷지도, 스스로 먹지도 소대변도 가리지 못했습니다. 집안에서는 좋지 않은 냄새가 났고, 학교엔 제대로 된 학용품을 가지고 가지 못했습니다. 하교해 누나가 바지에 싸놓은 오물을 처리하고 나면 그 냄새가 제 몸에 배어 친구들이 피했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같아 성격은 소심해졌고 늘 자신 없었습니다.

어쩌다 대학생이 된 후 저는 거의 날마다 술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가정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딴 가정까지 가지셨던 아버지가 죽도록 미웠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너무 미워하면 닮는다는 말을 제 삶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밤새 술 먹고 머리가 깨질 듯한 아픔으로 학생회관 화장실에서 세수하는데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은 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여름방학 무렵 학교 선배로부터 대학생 캠프에 가자는 권유를 받고, 혹시라도 여자친구가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술 두 병과 담배 여섯 갑을 가지고 참석합니다. 그 캠프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주최하는 전국 대학생 여름 수련회였습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던 저는 캠프가 지루했고 힘들었습니다. 설교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마지막 집회 때 “모든 사람은 죄인입니다”라는 목사님 외침에 숨겨놓은 제 죄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통곡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누나가 제 노트를 다 찢은 걸 보고 아버지를 향한 미움의 마음까지 더해 누나를 구타했던 기억이 가슴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제가 누나를 때렸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봄, 누나는 스물여섯 살 꽃다운 나이로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그런데 수련회 마지막 날, 그런 제 죄를 씻어주시는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아버지를 인간쓰레기 취급했지만 저 역시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믿었다고 해서 집안 형편이 달라지거나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제 과거를 남에게 밝히고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는 말씀을 읽으며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곧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력임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을 믿고 새로운 가정을 갖고 싶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것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모습이었던 저는 날마다 가정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가정과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같은 동아리 누나에게 기도 제목을 알리고 제가 꿈꾸는 풍성한 삶을 위해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그 누나와 결혼해 자녀 셋을 낳고 첫째 딸은 출가시켰습니다. 예수님을 만난다고 꼭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새 인생, 즉 생명이 있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약속입니다.

이승제 목사 (가까운교회)

◇서울 서초구 가까운교회는 담임목사가 대표로 섬기지만 전 성도가 자신의 일상과 일터에서 사역합니다. 모든 성도가 ‘생활 선교사’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