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로,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 청소 대작전

입력 2025-11-27 02:27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은 인공위성을 위협하는 수억개의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3월 미국 플로리다의 한 가정집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추락하면서 집 지붕과 2층이 붕괴했다. 이 물체의 정체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 팔레트 배터리 장착용 부품이었다.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을 통과해 지구의 민가를 때린 것이다.

인류의 우주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우주 쓰레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우주 쓰레기가 현재 속도로 늘어날 경우 인공위성과 충돌해 통신·인터넷이 마비되는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현실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6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분석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미세 우주쓰레기는 최소 1억3000만개 수준으로 파악된다. 미세 쓰레기는 크기가 1㎝ 미만으로, 주로 인공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이나 소모품이 서로 충돌하며 만들어진다.

이 정도 수준의 쓰레기는 지구상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주에서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완전한 진공 공간인 우주에서는 한번 속도가 붙은 우주 쓰레기가 감속하지 않고 계속해서 궤도를 돌아다닌다. 속도가 시속 2만5000㎞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 총알보다 수백배 빠른 쓰레기 수억개가 지구 궤도를 무차별적으로 돌아다니는 셈이다. 이런 우주 쓰레기가 인공위성과 부딪히면 위성을 고장내거나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한다.


우주 쓰레기의 위협이 커지자 각국은 우주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우주 쓰레기 청소 기술은 크게 임무 후 처리(PMD)와 능동적 제거(ADR)로 나뉜다. PMD는 말 그대로 임무가 종료된 인공위성이 위협 요인이 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위성의 수명이 다하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소각되도록 프로그래밍하거나, 인류가 사용하지 않는 공간인 ‘무덤 궤도’로 이동시키는 방법이 있다.

스위스는 집게 모양의 로봇 팔로 우주 쓰레기를 물리적으로 수집하는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NASA 제공

하지만 PMD는 새로 발사되는 위성이 우주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뿐, 이미 존재하는 우주 쓰레기를 제거할 수는 없다. ADR은 궤도에 존재하는 우주 쓰레기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 중 주목받는 기술이 ‘로봇 팔’이다. 스위스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가 선도하는 이 기술은 집게처럼 생긴 장치를 탑재한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려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전에 지구상에서 제거 대상 쓰레기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로봇 팔이 달린 위성을 발사한다. 임무를 마치면 이 위성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쓰레기와 함께 소멸한다. 유럽 우주국(ESA)은 클리어스페이스와 협업해 2028년까지 첫 위성을 발사하고, 2030년까지 주요 쓰레기 대부분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유럽우주국(ESA)은 그물망을 펼쳐 우주 쓰레기를 한번에 포집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ESA 제공

일종의 그물을 펼치거나 작살을 던져 우주 쓰레기를 끌어오는 방법도 있다. 영국 서리대학교 우주센터는 2018년 처음으로 그물망을 발사해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경우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방대한 공간의 쓰레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크기가 작은 우주 쓰레기를 놓치기 쉽다는 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성을 띄는 그물을 사용하거나, 끈적한 물질을 도포해 우주 쓰레기가 달라붙게 만드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일본은 인공위성에 금속 플레이트를 부착한 뒤 수명이 다하면 자성을 이용해 수거하는 방식을 실증하고 있다. CNN 제공

인공위성에 표준화된 금속판을 부착하는 방안도 있다. 일본 우주 기업 ‘아스트로스케일’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모든 인공위성이 ‘도킹 플레이트’라는 금속 자석 판을 장착하도록 한다. 이후 인공위성의 수명이 다하면 수거 위성이 플레이트의 자성을 이용해 위성을 끌어들인 뒤 물리적으로 결합한다. 로봇 팔처럼 고도의 조작 능력을 요구하지도 않는 단순한 방식이란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에서 발사하는 인공위성에 동일한 플레이트가 장착돼야 한다.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플레이트 기술의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가장 최신 기술로는 레이저를 이용한 우주 쓰레기 제거법이 있다. 레이저 기술은 크게 지상 발사와 우주 발사 방식으로 분류된다. 일본 우주 스타트업 ‘엑스 퓨전’은 호주와 협업해 지상에 레이저 발사대를 설치하고 있다. 핵심은 레이저를 조사(照射)해 우주 쓰레기의 속도를 늦추거나 기존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것이다. 지상에서 우주 쓰레기의 위치를 포착한 뒤 레이저를 반대 방향에서 발사하면 쓰레기의 속도가 크게 낮아진다. 이렇게 실속(失速)을 반복하다가 대기권으로 떨어져 소각되도록 하거나, 아예 궤도에서 이탈시켜 인공위성과의 충돌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우주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경우에는 레이저 발사대가 장착된 위성을 쏘아올려야 한다. 이 기술 역시 일본 우주 기업 ‘스카이 퍼펙트 JSAT’이 앞장서 있다. 우주 쓰레기를 태우거나 파괴할 만큼의 출력이 필요하지도 않고, 비파괴 방식으로 부작용 없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우주 쓰레기를 어떻게, 얼마나 청소할 것인지에 대한 강제성 있는 국가 간 협약이 없다는 점은 여전한 골칫거리다. 우주·통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스페이스X 등 사기업이 막대한 수의 위성을 계속해서 날리는 상황에서 국가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 NASA는 지난 9월 발간한 궤도 우주 쓰레기 관련 정기 보고서에서 “현재 기술력으로 추적조차 불가능한 미세 우주 쓰레기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것이 확실시된다”며 “향후 안전한 우주 임무를 위해 레이더·우주망원경·탐지기 등을 이용해 미세 우주 쓰레기를 포착·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